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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을 다시 읽다가 문득 떠오른 의문이 있었다. 존 스튜어트 밀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기독교도를 박해한 것이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명상록>이라는 위대한 저서를 남긴 인물이다. 그는 탁월한 지성과 영성을 지녔으며, 로마를 전성기로 이끈 뛰어난 통치자였다. 그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기독교도를 박해했다고? 존 스튜어트 밀은 그가 사회의 안정을 위해 그랬다고 설명했지만,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을까?
나는 역사에 깊이 빠졌던 적이 있어서 역사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옛날에 알바레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여기서는 알바레스라 부르겠다. 그는 세상에 초능력이 없다고 믿는 대머리 아저씨였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초능력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능력이 가짜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알바레스는 지인과 함께 '대중의 믿음' 실험을 진행했다. 알바레스는 강령술사로 위장해 지중해의 한 나라로 갔다. 그 나라에서 알바레스가 강령술사로서 대중을 속이는데 얼마나 걸릴지 실험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첫째 날, 알바레스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지만, 3일 만에 방송에 출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방송에서 빙의와 기절을 연출하자, 알바레스는 순식간에 대단한 강령술사가 되었다. (물론 방송 출연이 실험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어쨌든 7일 만에 카네기홀에서 시민들의 요청으로 공연을 하게 된 알바레스는 그 자리에서 연기였음을 고백했다.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은 대중이 얼마나 쉽게 믿음을 가지는지, 맹목적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실험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한 가지 또다른 의문도 역시나 존재한다. 대중이 그렇게 믿기 쉬운 것도 사실이라면, 이 대중들을 단순히 일주일 정도만이 아니라 3년 이상 혹은 10년 이상 속이는 것도 실험해볼 필요성이 있다. 알바레스라는 대머리 아저씨가 정말로 '대중의 믿음'을 실험해보려고 했다면 말이다. 대부분의 종교 지도자 혹은 신앙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대중들을 속여왔거나 속여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로 실험해보려면 단순히 일주일 정도가 아니라 최소 3년 정도는 그들과 같이 먹고 자고 하면서도 속일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알맞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우리 석가모니 센세께서는 30이 넘어 깨달음을 얻어 그 이후로도 "대중"(중생)이라고 할만한 사람들과 수십 년을 함께 보내며 그들에게 가르침을 전했다. 우리 알바레스 귀요미가 정말로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일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려우리라 본다. 석가모니 센세가 기적을 일으킨 적이 없다 하여도 석가모니 센세의 마음 자체가 그 삶 자체가 놀라운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예를 들어, 가까이 지내던 그의 제자들은 그의 속마음을 알기 훨씬 더 쉬웠을 것이다. 만약에 석가모니 센세가 문지방을 지나다가 갑자기 발이 찧어서 쌍욕을 박아버리고 누군가에게 화를 내다가 갑자기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떼를 쓰고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이 너무나 쉽게 드러나서 주위에 있는 모두가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면, 그의 가르침이 어떠한 것이든 마음에 관련된 것이기에 지금까지 남아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알바레스 귀요미는 이에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흉내라도 낼 수 있는가?? 귀요미 친구여)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역사란 무엇인가? 누군가의 기록이거나 이야기가 아니던가? 그 기록이나 이야기를 남긴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의 믿음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 우리는 경험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믿음을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 사례가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다시 생각해보자. 정말 그런 일이 역사에서 일어났던가?
역사의 진실은 복잡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독교 박해는 역사적으로 논쟁이 많은 주제다. 그는 당시 로마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기독교를 위험 요소로 여겼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의 개인적 신념과 철학이 반드시 박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역사적 기록은 그 시대의 관점과 편견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이는 우리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진실은 종종 복잡하고 다면적이며,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우리의 지혜와 통찰을 필요로 한다.
역사적 진실 단면 :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다른 로마 황제들처럼 기독교 박해를 직접 명령했다는 명확한 기록이 없다. 그리고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억압하기 위한 특별한 법률도 제정하지 않았다.
(아닐 수도 있음, 혹시 알고 있으신 분이 있다면 팩트체크 해주세여-기억만 가지고 쓰는 거라)
2) 지방 당국의 자율성 : 그러나 그의 통치 기간 동안, 로마 제국 지방 당국이 기독교 인들을 박해한 사례는 분명 있었다.
3)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스토아 철학의 영향을 받은 황제로, 그의 저작인 <명상록>에서는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는 정신의 씨앗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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