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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에 따르면 예술미는 지성과 상상력이 조화를 이룰 때, 특히 상상력이 자유롭게 유희할 때 성립한다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반한 창조성은 최고도의 생산적 정신능력이다 예술은 단순한 여흥이나 장식이 아니고 보편가치로서의 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예술가에게 창조성은 필수 조건이다 비단 예술가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맡는 인물들에게도 이 조건이 요구된다
도상학이라는 용어는 두개의 그리스 단어, '이미지'를 뜻하는 에이콘(eikon)과 '기록하기'를 뜻하는 '그라페(graphe)'에서 유래하였다 이러한 어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미지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미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이 바로 도상학이다 이를 위해 도상학자들은 예술 작품에 나타난 정보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단계에서 출발해, 관습적 의미를 중시하여 문헌 자료와 지식을 통해 작품의 주제나 개념을 이해하는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국가, 시대, 종교, 철학적 신조 등을 파악하여 작품의 본질적 의미를 해석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요컨대 도상학자들에게 회화 작품은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읽어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이를 위해 도상학자들은 문화적 코드를 정확하게 독해하여 작가의 의도를 복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구두라는 도구의 밖으로 드러난 내부의 어두운 틈으로부터 들일을 하러 나선 이의 고통이 응시하고 있으며, 구두라는 도구의 실팍한 무게 가운데는 거친 바람이 부는 넓게 펼쳐진 평탄한 밭고랑을 천천히 걷는 강인함이 쌓여 있고, 구두 가죽 위에는 대지의 습기와 풍요함이 깃들여 있다 이 구두라는 도구에 스며들어 있는 것은 빵의 가보를 위한 불평 없는 근심과 다시 고난을 극복한 뒤의 말없는 기쁨과 임박한 아기의 출산에 대한 전전긍긍과 죽음의 위험 앞에서의 전율이다 이 구두라는 도구는 대지에 속해 있으며, 손 아낙네의 세계 가운데서 보존되고 있다" (하이데거가 반 고흐의 '구두'를 보며 적은 글)
서상수 공께서는 음악을 잘 알고 손님을 좋아했다 하루는 공께 가서 해금을 연주하며 벌레와 새의 소리를 흉내 내었다 그런데 공께서 놀라며 말했다
"좁쌀이나 한 그릇 주어라 이건 비렁뱅이의 깡깡이니라"
내가 영문을 몰라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딱하군 자네는 통 음악을 몰라 우리 나라에는 두 갈래의 음악이 있어 하나는 아악이고 하나는 속악이지 아악이란 오랜 옛날의 음악이고 속악이란 그 다음 시대에 만들어진 윽악이지 사직이나 문묘에서 제사 올릴 때는 아악을 쓰고, 종묘에 참배할 때는 속악을 가려서 쓰지 이것들이 장악원에서 정식으로 가르치는 음악일세
해금에는 유우춘과 호궁기가 명인이야 자네는 어찌 그들을 찾아가서 배우지 않고 이 따위 거지의 깡깡이를 배웠나"
나는 공의 말을 듣고 크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해금을 싸서 치워버리고 여러 달동안 풀어보지도 않았다
(중략)
나는 유우춘 명인을 만나러 갈 때 오랫동안 자루 속에 넣어 두었던 해금을 가지고 갔다 그것을 꺼내 그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 해금은 어떤가? 옛날에 나도 자네의 장기인 해금이나 배울까 해서 멋대로 벌레나 새 소리를 흉내 낸 적이 있네 그 때 어떤 사람이 '비렁뱅이 해금'이라고 해서 내 잘못을 알게 되었지 어떻게 하면 '비렁뱅이 해금'을 면할 수 있겠나?"
우춘은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참 모르는 소리도 하십니다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나 파리가 윙윙대는 소리, 온갖 장인들의 뚝딱거리는 소리, 선비들이 개구리처럼 시끄럽게 글 읽는 소리, 세상 모든 소리는 그 뜻이 먹는 것을 구하는 데 있습니다 내 해금이나 비렁뱅이 해금이나 다를 게 무엇이겠습니까?"
유득공 '유우춘전'
양소유갸 여자 도사道士로 변장하고는 마침내 정경패 앞에 앉았다
정경패의 시녀가 양소유 앞에 상을 갖다놓았고 금향로에 향을 피웠다 양소유가 자세를 고쳐앉아 거문고를 안고 <예상우의곡>을 연주했다
정경패가 말했다
"참 아름답군요 이 곡은 우리 당나라 현종 시절의 태평한 기상을 잘 나타내고 있어요 누구나 이 곡을 연주하지만 이처럼 훌륭한 솜씨는 보지 못했어요 그러나 이 곡이 끝내 안녹산의 난을 불렀으니 더 듣고 싶지 않아요 다른 곡을 들려주세요"
양소유가 또 한 곡을 타니, 정경패가 말했다
"이 곡은 즐거움과 슬픔이 지나치게 심하니 수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진후주의 <옥수후정화>이군요 이는 나라를 망하게 한 소리니 높혀 보기 어려워요 다른 곡을 연주해주세요"
양소유가 다시 한 곡을 타니 정경패가 말했다
"이 곡은 슬퍼하는 듯도 하고, 기뻐하는 듯도 하고, 감격하는 듯도 하고, 사념에 잠긴 것 같기도 해요 옛날 채문희가 난을 만나 적에게 붙잡혀 오랑캐 땅에서 아들 둘을 낳았는데, 조조가 몸값을 치러주어 고향으로 돌아간 일이 있지요 문희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아들들과 이별하면서 슬픔 심정으로 <호가십팔박>이라는 곡에 담았지요 이 곡이 바로 그 곡이지요 소리는 들을 만하지만 채문희는 두 번 결혼한 절개를 잃은 부인이예요 이 곡은 실절한 사람의 소리이니 어찌 제 입에 올릴 수 있겠어요 청컨대 이 곡을 고쳐주세요"
양소유가 또 한 곡을 연주하니, 정경패가 갑자기 옷깃을 여미며 무릎을 꿇고 말했다
"지극하고 지극하도다 성인이 난세를 당하여 천하를 떠돌며 백성들을 구하려 하신 뜻이 나타났도다 공자님이 아니면 누가 이 곡을 지으리오 이 분명 <의란조>로다"
양소유가 무릎을 꿇고 향로에 향을 더 넣고 다시 한 곡을을 탔다 정경패가 말했다
"높고도 아름답구나! <의란조>에는 성인이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으나 또한 좋은 때를 얻지 못했다는 탄식이 서려 있다 그런데 이 곡은 천지만물과 더불어 환히 봄기운을 얻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뚝하고 드넓은 느낌을 준다 이는 반드시 순임금의 <남훈곡>일 것이다 이보다 좋고 아름다운 곡은 없으니, 설사 다른 곡이 있어도 듣고 싶지 않다"
김만중 '구운몽'
예전에 아는 예술대학교 형하고 나름대로 예술에 관한 토론을 했던 적이 있었다
좋은 예술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아니 그 이전에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규정될 수 있느냐
우리는 예술이 무엇인지 모른다 좋은 예술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예술은 어떠한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것일까? 하나의 아이콘에 불과한 것일까? 유우춘은 깡깡이마저도 좋다고 보지 않았나?? 그 관점은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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