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글을 읽어보자
'물리법칙은 음의 에너지(negative energy)라고 불리는 것의 존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 기이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단순한 비유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다. 평평한 땅 위에 언덕을 쌓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서 언덕은 우주를 비유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언덕을 만들기 위해서 바닥에 구덩이를 파서 그 흙으로 언덕을 쌓았다. 그러나 그는 언덕만 쌓은 것이 아니다. 그 옆에 구덩이도 동시에 만들어졌다. 이 구덩이는 사실상 언덕의 음(-) 버전이고, 구덩이 안에 있던 흙들은 이제는 언덕이 된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완벽하게 균형이 된다. 이것이 우주의 시작의 이면에 깔린 원리이다. 빅뱅 때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같은 양의 음(-)의 에너지도 만들어졌다. 이런 식으로 양(+)과 음(-)은 합쳐져 항상 0이 된다. 이것은 또다른 자연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신의 존재유무에 대한 우리의 탐사에서 이 내용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우주를 모두 더할 때에 무無 가 된다면, 그것은 우주를 창조하기 위해서 굳이 신의 존재를 생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될 것이다. 우주는 궁극의 공짜 점심이다.'
-<스티븐 호킹의 빅퀘스쳔>中-
크게 의식하지 않고 이 글을 눈으로만 쭉 훌는다면, 이 글의 허점을 찾기 힘들 것이다. ("You see but do not observe") 정말 그럴까? 한 번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길게 써있는 것 같지만, 이 글은 바로 이러한 논리적 그림으로 간단히 정리 된다.
우주는 무無이다. (결론)
에너지의 전체 합이 (-/+합이) 0이면 무無이다. (대전제)
우주는 양의 에너지와 음의 에너지가 합쳐져 0이 된다.(소전제)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정리하고 보면 더 고차원적인 생각이 가능해진다. (다음의 논박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1) 빚과 자산이 합이 0이 되는 경우 그것을 무無라고 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도 가능하다.
2)-/+를 구분시킨 흐름을 존재하게 하는 초월적 존재는 왜 무시하는가? 비유로 따지면 언덕과 구덩이를 만들었던 삽이나 그 삽의 주인처럼 언덕과 구덩이를 초월한 존재와 힘은 필요한데 그걸 무시하고 '궁극의 공짜 점심'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가능한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이건 매우 객관화된 사고방식이다.)
결론을 말해보자. 여기에서는 하나의 예시만 들었지만, 이러한 방식의 논리적인 사고는 논리적인 사색 > 스토리텔링인 모든 글에 적용될 수 있다. (역으로 말해서, 스토리텔링이 중심인 글에는 이런 식의 그림 그리기가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글에 대한 이해는 논리와 그림의 합이며 위에서처럼 논리적인 그림으로 적용시키게 되면, 논리적인 관계, 논리적인 허점, 가치적인 타당성 등이 훨씬 더 잘 드러나게 된다. 한 마디로, 훨씬 더 깊이 있는 생각으로 나아가기가 수월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적인 그림을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상으로 옮기면 흥미진진한 사고실험이 된다. (thought experi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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