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석사과정을 마치는 순간 해외로 떠날 생각이다. 지금은 주로 미국을 생각하고있기는 하지만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좋다. 반드시 미국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주로 문명화된 국가로 가고 싶다.
한국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사실 한국도 꽤 살만한 국가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성이 아니라) 내 마음이 석사과정이 끝난 이후에는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중앙독서대랑(정확히는 중앙독서대에 있는 내 책들) 내 핸드폰이랑 독립자금이랑 간단한 짐(예를 들어서 옷 몇 개)만 챙겨서 바로 떠날 계획이다.-물론 석사과정을 먼저 마친 이후에 ㅎㅎ
한국이 꽤 살만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왜 떠날 생각인걸까? 솔직히 논리적인 설명을 나는 찾지 못 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서 똑같은 한국에서 회사에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또다시 퇴근하고를 반복할 거를 생각하면.. 뭔가 마음이 굉장히 갑갑해진다. 심지어 그 회사가 꽤 좋은 회사라 하더라도 말이다. 아무런 도전도 없고 열망도 없고 갈망도 없을 거 같다. 그저 기계처럼 하루하루 반복해서 사는 그런 삶일 듯 하다. (이런 삶이 결코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나는 존중하며 존경한다.) ‘단순히 꿈을 위해 떠나겠어’하는 감상이 아니다. 나는 군대도 (개고생하면서) 건강히 전역한 사람이고 애초에 피터팬이었던 적도 없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적당히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한국에 계속 남아있을바에는 차라리 목을 매다는 게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계획이 떠오른 것 뿐이다. 어떠한 선택이더라도 목을 매다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밀란 쿤데라가 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보면, 떠나려 하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나는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연구할 수 있어서 계속해서 슬로싱킹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But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직장을 다닐 거라고 하면 분명히 불행해질 듯하다. 그래서 떠나려는 것이다.
한국이 싫은 것은 아니다. 한국을 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많은 20대 청년들이 농담식으로 말하는 ‘탈조선’에 동감하기 때문도 아니다.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 우리나라에 태어나서 많은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가 좋다. 우리나라도 굉장히 장점이 많은 나라이다. 그래도 서울 혹은 한국에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긴 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으니 꼬박 20여 년을 서울과 한국에서 계속 보낸 셈이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건물도 많고 뭐든지 빠르고 복잡한 이 도시에서만 20여 년을 보냈으니 지겨워질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울에 태어나서, 한국에 태어나서 내가 누릴 수 있었던 많은 것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분명히 삶이 힘들었다고 느낄 때도 많았지만... 지금 이렇게까지 나아온 것이 기적 같고 감사하고 나는 나름대로 행복하다. 서울에 태어나서, 한국에 태어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래도 나는 석사과정을 마친 이후에는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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