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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poet

삶을 담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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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저물녁에 

낡아빠진 경운기 앞에 돗자리를 깔고 

우리 동네 김씨가 절을 하고 계신다 

밭에서 딴 사과 네 알 김 다섯 개

막걸리와 고추장아찌 한 그릇을 차려놓고 

조상님께 무릎 꿇듯 큰절을 하신다 

나도 따라 절을 하고 막걸리를 마신다 

23년을 고쳐 써 온 경운기 한 대 

야가 그 긴 세월 열세 마지기 논밭을 다 갈고 

그 많은 짐을 싣고 나랑 같이 늙어왔네 그려 

덕분에 자식들 학교 보내가 결혼시키고 

고맙네 먼저 가소 고생 많이 하셨네 

김씨는 경운기에 막걸리 한 잔을 따라준 뒤 

폐차장을 향해서 붉은 노을 속으로 떠나간다 


-박노해 시인 '경운기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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