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작은 희망

영웅*^%&$ 2019. 4. 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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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별로 살고싶지는 않다. 내게 가족도, 친구도, 연이도, 일도, 목표도, 신앙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으니까 모든 게 떠났고 모든 게 붕괴되었다. 그래서 솔직히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따금씩 마음이 거의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지난 날의 상처가 나를 덮쳐 나를 괴롭게 한다. 그 고통스럽던 시간들... 한 없이 길던 시간들이 나를 억누른다. 더 이상 내겐 신앙도 없다. 한 여름 밤 고통스럽게 울부짖을 대상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내게 작은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읽을 책이 나를 반긴다. 아직 다 못 본 드라마(요새는 왕좌의 게임)가 있다. 나를 설레게 하는 영화도 있다. 먹고 싶은 음식들이 있다. 하고 싶은 게임도 있다. 이런 식으로 삶은 게속된다. 비록 정말 수많은 것들을 잃었음에도, 내 모든 것을 걸었다가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내겐 아직 가장 소중한 것들이 있다. 그 중에 단연 최고는 바로 책이다. 책은 나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연인이다. 책으로 인해 나는 꿈을 꾸고 책으로 인해 나는 행복으로 날아간다. 작은 희망이 아직 내게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솔직하게, 나는 책이 없었다면 다시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내게 다가온 문제는 과거의 문제로 과거의 시간대 안에 이미 결정된 문제이다. 심지어, 내가 결정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솔직히 너무 끔찍하고 잔인하다. 눈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고 싶을만큼 도망쳐 버리고싶을만큼 잔인하다. 그래도, 나는 현실을 다시 마주한다. 바람 속에 갇힌 촛불처럼 사라지려하는 희망을 내 온몸을 던져 지켜낸다. 고통스럽고 너무 아프다. 간명하다. 고통스럽다. 삶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만 년 전 혹은 수만 년 전 원시인인들에게나 삶이 생존의 문제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삶은 각 개인이 상황과 시대와 우주 속에서 그려내는 무늬이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이다. 비록 그것이 아무리 작거나 미약해보이더라도... 

나에겐 지금 책이 있다. 그리고 책밖에 없다... 책은 나의 구원자이고 나의 친구이자 연인이며 나의 아름다운 스승이자 제자다. 이런 상황에 처한 내게 오히려 책은 있는 전부everything가 되어주었다. 'you are my everything'내게는 이 구절이 책에게 하는 문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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