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진이, 지니>

영웅*^%&$ 2020. 7. 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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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책들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손에서 내려놓은 정유정 작가의 책이 되었다.
왜 이 책을 내려놓았을까?
한창 재미있게 읽어가던 중에 진이가 지니가 변하는 내용에서 나는 실망을 느꼈다. 실망을 느낀 이유를 내 상상력의 부족이라한다면 그것도 말은 된다. But, 또다른 측면에서 이유는 두 가지이다
1 두 존재의 변환이라는 설정은 너무 고루하고 칙칙하기 때문이다. 예전 시크릿가든 때부터해서 너무 익숙한 설정이었다. 시크릿 가든은 차라리 재미있기라도 했다. 변환의 대상이 보노보와 사람이라는 건 너무 재미 없는 상상력이다. 차라리 그 대상이 보노보가 사람이 된다거나 (즉 지니가 오히려 진이가 되었다든가) 개가 의인화되서 표현되듯이 동물이 사람으로 되었다면 어땠을까? 신선한 충격을 주려면 이런 식의 역방향 변환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이 된다거나 사람이 보노보로 변한다는 건 익숙하다못해 너무 진부하다
2 사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입장은 사람 중심주의이다. 사람을 위해 동물을 마음껏 죽이고 학살해도 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최소한 사람이 악어보다는 더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동물을 보호해야 된다는 생각도 사실은 사람중심에서의 생각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진이가 지니가 된다는 생각은 진화를 거꾸로 되돌린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오히려 김훈 소설처럼 개가 스스로 화자이자 주인공이 되어 그의 입장에서 얘기를 풀어나갔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진이가 지니가 되는 건 마치 공주가 슈렉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동물은 존중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동물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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