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날개

영웅 (1)

영웅*^%&$ 2021. 4. 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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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때의 그를 실제로 본 사람이 있다면, 그가 앞으로 천 명이 넘는 사람을 구할 사람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를 처음 보았던 곳은 김나지움이었다. 첫 자기소개 시간 때 그는 앞으로 나가 당당히 자신의 사업 포부를 밝혔다. 한 눈에 봐도 야망있고 당찬 소년이었다. 기회주의적이고 전략적이며 돈을 원하는 그의 성격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약간은 내향적이고 책 읽기를 좋아하고 성공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원했던 내게 그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는 그의 이기심이 좋았다.

스무 살 때의 그를 꽤 오랜만에 보았다. 그는 선창가와 술집을 제집들 듯이 드나들었으며 많은 여자를 거의 식사를 하듯이 먹어치웠다. (많은 독자들이 이러한 표현에 너무 기분 나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는 기분 좋게 유쾌했다. 여자랑 할 때 어떤 체위가 기분이 좋은지, 어떤 취향이 좋은지 그는 언제나 당당하게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얘기했다. 그는 나에게 있어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자 탐구의 대상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루시퍼가 타락한 천사라고 말한다. (이 때까지만 해도 기독교 영향이 더 심했으니까) 그런데 정말로 루시퍼가 땅으로 내려와서 사람들이 그를 만지고 그와 함께 밥을 먹고 생활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호감을 느낄 것이다. 그의 호쾌함과 그의 솔직함 그리고 그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을 테니까. 아마도 타락했다고 손가락질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루시퍼는 천사로 보이지 않을까?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루시퍼가 땅에 내려와서 함께 사는 거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사업 수완은 어찌나 좋은지 20대 초반에 벌써 사업체를 세 개나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는 그렇게 이루기 위해서 서슴없이 저질렀던 도둑질, 횡령, 탈세, 뇌물 등을 나에게만 자랑하듯이 얘기하곤 했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오히려 그의 능력과 용기에 탄복하고는 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하였으나 쓰인 플롯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역사적 진실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은 제 2차세계대전 홀로코스트에 관해서 직접 자료를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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