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날개

영웅 (2)

영웅*^%&$ 2021. 4. 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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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그가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을 새벽까지 미친 듯이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앞에 생소한 여자가 나타났다. 물론, 나한테 생소한 여자였고 그와 그녀가 말하는 톤으로 유추해보건대, 분명히 둘은 꽤 깊은 사이였던 거 같다. 그녀와 여러번 같이 밤을 보냈음은 확실했던 것 같다.

그녀는 갑자기 약이 든 병을 보여주며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음악 소리가 워낙 컸던지라, 그녀가 뭐라고 말하는지까지는 듣지 못했지만, 그녀는 분명히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식으로 말했던 거 같다.

그는 피식 웃었다.

정말로 그는 피식 웃었다. 약병을 들고 손을 벌벌 떨고 있는 그녀 앞에서 그는 피식 웃었다. 이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약병을 통째로 입에 넣었다. 주변에서 난리가 났지만, 정작 그는 계속 여자를 내려다보며 웃고있었다.

그는 악마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음란하고 세속적이고 방탕하며 여자를 좋아했고 매일 그의 난잡한 취향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나는 오히려 그의 모습이 좋았다.

정말 안타깝게도 그에게 있어 여자는 인격이 없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여자는 즐거움을 주는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마치 음식을 고르듯이 여자를 골라서 여러 밤을 보냈던 그에게 여자와 한 몸을 이루는 것은 어떠한 도덕적 명제도 아니었다.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그는 그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고 그만큼 단순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난잡하고 음란한 그였지만, 어느날 나한테 조용히 이런 고백을 해서 나를 놀래킨 적이 있다.

“자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잘 알아. 많은 여자와 숱한 밤을 보내고 매일 술로 지새우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자네는 역겹다고 느끼겠지?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여자, 저 여자.. 나도 참 지겹단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나도 이러한 음란함을 좋아하지 않아. 음란한 욕구가 치솟을 때 남자는 짐승에 가까워져 통 생각이란 걸 못한단 말이야. 생각을 못하고 머리가 멍하면 남자는 전략을 짜내지 못해. 사업은 오직 전략으로만 하는 건데 말이야.

나에게 있어 여자와 보내는 수많은 밤은 오직 사업을 위해서 하는 것일 뿐이야. 이런 짓거리를 안 하고도 내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면, 개에게 맹세하건대 나는 절대로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을거야. 하지만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하지. 아무 여자하고도 이런 정욕을 쓰지 않으면서 마음 편하게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수도승 같은 사람일거야. 나는 절대로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야. 누군가 말했지. ‘욕망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거기에 따랐을 때라고’ 욕망을 이기려면 오히려 욕망을 충족시켜야 돼. 그러면 그걸 무시할 수 있으니까. 무시할 수 있을 때 나는 사업을 생각하며 미친 듯이 전략을 짜낸다네.”

 

물론, 그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가 그러한 욕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분명한 진실이었을 것이다. 대단히 세속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예술가 같은 성질이 있었다. 뭐라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대충 그러한 것이 그에게 있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하였으나 쓰인 플롯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역사적 진실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은 제 2차세계대전 홀로코스트에 관해서 직접 자료를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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