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빈 강의실에 그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학기 내내 채워진 수많은 소리들 : 학생들끼리 얘기하는 소리, 글씨 쓰는 소리, 창문 밖 너머의 공소리, 팔꿈치가 부딪치는 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시간마저 멈춘듯이
모든 것이 고요한 정적이었다.
그 정적 한 가운데 은퇴한 노교수는 아무 말 없이 텅 빈 강의실을 보았다
더 이상 집을 필요 없는 분필,
더 이상 사용할 필요 없는 칠판,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는 학생들
지나간 수없이 많은 기억과 추억이 그의 상념 너머로 강처럼 흘렀다
스승의 날에 찾아온 학생들과 함께 먹었던 기쁨
강의 때에 자신의 말에 경청하며 이해하던 또렷한 눈빛
자신에게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학생
밤이고 낮이고 끝없이 몰두하여 쓴 연구논문들
이제는 모두 추억이고 이제는 모두 하나의 쓸쓸한 기억이 되었다.
분주했던 곳이기에 정적은 더욱 깊었다
참으로 고생했구려
이제는 다 닳아버린 분필아
말없이 내게 몸을 내어준 칠판아
내 얘기를 열심히 받아적던 많은 학생들아
고생했구려 고생 많았구려
이제는 멀리 떨어진 그리운 섬처럼
지나갔던 학생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노교수는 슬픔의 기도를 하늘에 차갑게 올려보낸다
텅 빈 강의실만이 그의 쓸쓸한 마지막을 정적으로 안아주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