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이야기

테넷 아주 쉽게 이해하기 (no 스포, 핵심 설명 매우 간략, but 내용은 long)

영웅*^%&$ 2023. 4. 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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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감사하게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올드보이랑 테넷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올드보이는 그 최민식 배우 님인가 그 분이 선글라스 쓰고 있는 포스터가 너무 인상에 남아서 진짜로 너무 올드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볼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올드보이가 많은 영화인들에게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인 것도 전혀 몰랐습니다. 아마 올드보이는 리뷰를 안 쓸 거 같아서 올드보이랑 테넷을 비교해자면, 올드보이는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묘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뭐 이를 뽑는 장면이나 장도리로 후려패는 레전드 씬이나 야스를 하는 씬도 그냥 그대로 보여줍니다. 테넷 초반에도 이를 뽑는 장면이 나오지만 올드보이가 묘사하는 씬의 1/5 정도만 묘사할 뿐입니다.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 등을 최대한 묘사하지 않은 것이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CG를 활용하지 않고 실제로 찍는 걸 선호하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예를 들어, 테넷에서도 비행기 폭파 장면도 실제 비행기로 가져다가 때려 박은 것이라고 하죠.

, 대충 올드보이 이야기는 이쯤 하고 테넷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많은 리뷰 등을 보면 테넷이 이해하기 너무 어렵다는 리뷰들이 많습니다. 저는 딱 한 번 보고 테넷이 바로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었기 때문에 정말 솔직히 어렵다는 리뷰들이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자랑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테넷은 양자역학을 다루는 영화가 아닙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비트겐슈타인이 쓴 <논리철학논고>가 떠올랐습니다. <논리철학논고>는 이해가 쉽지 않은 책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많은 지성인들이 <논리철학논고>를 읽고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이해를 못했다고 하죠. 예를 들면, 프레게는 이 책을 전혀 이해 못 했다고 하였고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서문을 작성해준 러셀 역시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김진명 작가님 역시 본인이 작성한 에세이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에서 <논리철학논고>를 처음 읽을 때 한글로 되어있는 책임에도 전혀 이해를 못했다는 점을 서술하고 있죠. 하지만, 저는 이 책을 18살에 이해하였습니다. 이 책은 사실 그렇게 친절한 책은 아닙니다. 특히 괴랄한 번호 서술이 오히려 독자의 이해를 방해하죠. 하지만, 본질을 통찰한 다음 역으로 내려가면서 이해하면 이 책은 정말 이해가 쉬운 책입니다. <논리철학논고>는 그리 친절한 책은 아니지만, 사실 본질적인 부분부터 생각해보면 정말 이해하기 쉬운 책이 됩니다.

이는 테넷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테넷을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그걸 간략하게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정말 간략하게 설명하기 위해, 최대한 본질적인 부분들만을 짚었습니다.

 

1. 테넷은 첩보 스파이물

일단, 테넷은 첩보 액션 스릴러물입니다. 이 점부터 생각해보면, 이해가 정말 너무 쉬워집니다. (첩보 액션 스릴러라는 표현이 제가 영화 전문가가 아니라 맞는 단어 선택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첩보(정보)를 따라서 악당을 추적하고 그의 악한 계획을 막는다는 스토리가 사실 이 영화의 전체 줄기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고 보면 영화의 전체 문맥이 한 눈에 잡힙니다 참 쉽죠?) 스포를 안 한다고 했기 때문에, 영화 스토리는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존의 첩보 영화가 가진 원칙들에서 1mg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악당이 나오고 첩보와 정보들을 통해서 악당의 계획에 접근해 갑니다. 주인공은 합작해서 악당과 그의 계획을 저지합니다. 끝입니다. 너무 쉽죠?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인터뷰에서도 스스로 밝힌 바입니다(물론, 저는 이 영화를 볼 때에는 이 인터뷰 내용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영화만 보고도 아 이게 감독이 원하는 거구나라는 걸 파악하는 건 쉬웠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본인이 어렸을 때 이런 영화들을 보았고 그러한 영화들을 만들고 싶었다고 스스로 말했습니다. 테넷은 첩보 액션 스릴러입니다. okay? simple !

 

2. 눈속임

다만 1번 내용만 말하면, 영화를 본 분 중에서 어리둥절해하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ㅇㅋ 그건 알겠는데, 이 영화에 보면 막 총알이 거꾸로 날아오고 차가 거꾸로 뒤집히고 막 그러던데.. 내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이라고..’ 이렇게 물어보고 싶은 분이 있겠죠? 대답은 너무 간단해서 유치원생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의 : 아래의 내용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아주 간단한 설명입니다. 제대로 된 이해를 원하시는 분은 과학 전공 책을 직접 사서 읽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어떤 과학자가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시간을 표현하는 건 열역학적 제 2법칙 외에는 없다.” 제가 단순히 기억으로 서술하는 거라 틀릴 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과학계에서 있었습니다. 현대 과학자 중에는 이에 공감하지 않고 양자역학적인 관계에서 시간 흐름을 찾는 분도 있지만, 지금 이 글과는 내용이 무관하기 때문에 위의 문장에 집중해서 서술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열역학적 제 2법칙이란 무엇일까요? 열역학적 제2법칙은 에너지가 불균형한 상태에서는 에너지가 더욱 불균형한 상태로 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법칙입니다. 즉 다른 표현으로는 에너지 불균형이 더욱 증가한다는 것입니다(다시 말하지만, 매우 간소화한 설명입니다 실제로는 수식을 통해서 보면 더욱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균형이 증가하는 정도를 시간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제안이었습니다. 참 쉽죠? 실제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런 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습니다. 컵이 테이블에서 땅으로 떨어집니다. 산산히 깨지고 그 조각이 땅에 퍼져나갑니다. 시간이 흐른 것이죠. 만약에 일상생활에서 이 역순이 이루어진다고 상상해보세요. 아마 다들 기겁할 것입니다. 갑자기 땅에 있는 조각들이 하나의 컵 모양으로 모아져서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면? 이것이 엔트로피가 역으로 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흐름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을 느꼈기 때문에 위의 현상(엔트로피 역전)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역순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완전 과학적인 설명은 아니지만, 테넷이라는 영화에 나온 총알이 거꾸로 오고 차가 거꾸로 뒤집히는 등 모든 영화적 기법에 대한 가장 간략한 설명입니다. 참 쉽죠? 그냥 이게 전부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단순한 첩보 영화를 만들기 싫어서 그냥 나름 멋있어 보이는 과학적인 내용을 영화적인 기법으로 풀어낸 것 뿐입니다. 중간중간에 이러한 요소가 등장하는 첩보 영화 단지 그 뿐입니다. 테넷이 완벽히 이해되었죠. 너무 쉽습니다.

제 생각에는 테넷이라는 영화가 정말 대단한 부분은 이런 부분을 스토리와 액션과 촬영기법에 완전히 녹아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워싱턴(테넷 주연 배우) 같은 경우에는 똑같은 액션 장면도 4가지 다른 버전으로 통째로 외워서 액션 씬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스포가 될까봐 일일이 설명은 못하지만, 테넷을 자세히 보시면 시간의 역순으로 가는 액션 장면들도 배우들이 일일이 액션을 해낸 놀라운 장면들입니다. 한 번 상상해보세요. 이런 과학적인 상상과 영화적인 기법들을 어우러져서 스토리와 액션에 녹여내는 그 과정을요.. 제 생각에는 테넷이라는 영화를 이해하는 건 너무 쉽고 이러한 장면들을 감독과 작가와 배우가 어떻게 구현해냈을까 그걸 상상해보는게 더 어려운 부분 같습니다.

 

3 닥터후를 통해서 익숙해진 복잡한 타임라인

테넷이 아무래도 시간이 역순으로 가는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기때문에 여러 캐릭터들이 요리 갔다 조리 갔다 하는 그 타임라인들이 완벽히 익숙해지지 않은 관객들도 있으셨을 거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몇몇 특수한 타임라인들은 영화를 볼 때 저도 헷갈리긴 하더라구요. 한 장면만 예를 들면, 닐이 중요한 문을 열 때 그 문이 원래 열려있었을까요? 아니면 원래 닫혀있었을까요? 닐이 달려와서 그 문을 열고 죽은 걸까요? -원래 문이 닫혀있다가 닐이 열었겠지만, 이 장면을 정말 닐의 타임라인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면서 영화를 봐보세요 생각보다 많이 헷갈립니다. 닐이 와서 문을 열었다는게 헷갈리는게 아니구 닐이 안쪽에서 문을 열거든요 따라서 닐이 밖에서 열고 한 번 닫았다가 안에서 연다는 건데 뭐 암튼 이 얘기는 이 정도로 하구요. - 더 정확히는 닐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문을 닫고 다시 문을 열고.. 아 이걸 게속 하면 중요 스포가 되네요 ㅋㅋㅋ생략! 암튼 이 흐름의 역순입니다

여러 캐릭터들의 타임라인이 서로 나뉘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런 식의 전개방식이 익숙하지 않았던 분들은 이게 영화가 앞으로 가는거야 뒤로 가는거야 하면서 많이 헷갈렸을텐데 저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 닥터후를 워낙 많이 봐서 사실 오히려 테넷의 이런 전개 방식이 훨씬 쉬웠어요. 닥터후에 비하면 테넷은 정말 많이 친절하게 타임라인을 보여주는 거 같아요. 파란색이나 빨간색으로 표현해주는 것이나 인버전되면 산소 호흡 마스크를 끼는 것도 그렇고요.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 둘이서 나누는 대화는 사실상 닥터후에서 닥터랑 리버송이 서로 나누는 대화랑 맥락이 완전히 같아요. 이게 너무 중요한 장면이라 말하는 순간 영화 다 본 거랑 마찬가지라 말하기는 좀 그런데 아무튼 그래서 평소에 닥터후 같은 거에 익숙하신 분들은 그냥 보자마자 그 흐름이 한 방에 이해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시간이 역순으로 가는 장면도 있기 때문에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앞에서 뒤로 왔다리갔다리하면서 이해하시면 더 이해가 쉬워지는 거 같아요. 베트남 관련 대사 혹은 장면들도 그렇고 대표적으로는 남주 둘이서 캣을 싣고서 차를 타고 가면서 하는 대화가 스토리를 순행 방향으로만 보면 완전 어색한 대사거든요. 근데 마지막 장면을 보고 그 대화를 떠올리면 아 그래서 이 말을 한 거구나이게 완벽하게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앞에서 뒤로만 보는게 아니라 뒤에서 앞 장면을 떠올리면서 봐야 완벽히 이해가 됩니다.

 

제 생각에 테넷이라는 영화가 정말 놀라운 점은 스토리나 연기력 등이 아닌 거 같아요. 물론, 영화를 다 보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소름이 쫙 돋긴 했는데 그래도 올드보이 같은 반전에 비하면 오히려 그런 부분은 약한 편이죠(저는 올드보이가 반전이 있다는 걸 알고 봤는데도 진짜 shocking!). 테넷의 더 놀라운 점은 그 다음이었어요. 소름이 쫙 돋은 상태로 영화를 다 본 후 버스 타고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그 순간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이더라구요. 그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상이 완전히 달라보였어요. 세상 자체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영화는 테넷이 지금까지는 유일했던 거 같아요.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느껴졌어요. 제게는 그것이 테넷이라는 영화의 대단한 점이었어요.

 

*테넷이라는 영화를 설명하기 위한 내용이라 과학적으로 부정확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학적인 내용을 더 제대로 깊이 알고자하시는 분은 직접 관련 전문가 책을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내용은 테넷이라는 걸 최대한 잘 파악하기 위한 내용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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