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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앙도서관에서 조금 이상한 사람을 보았다. 내가 한창 집중하며 수학 문제를 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려서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잠깐 바라보았다. 웬 나이 지긋한 할아버님이 계셨다. 그 할아버지는 자신의 손자뻘 되는 대학생 정도되는 학생한테(중앙도서관이었으니) 마우스 소리가 너무 크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마우스 소리가 너무 크다고 하면서 본인은 정작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마치, 누구도 살인할 권리는 없다고 말하며 사형을 본인이 집행하는 법외인法外人을 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경중은 다르겠지만.
나는 뭐 딱히 신경도 쓰지 않고 내가 할 바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 할아버님은 본인의 화에 잠식된 듯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면서 그 학생에게 자신의 정당성을 열심히 설명하셨다. 여기는 도서관이 아니냐 조용히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그 대학생은 조용히 그 할아버지를 바라보더니 여기는 (대학교) 중앙도서관이고 노트북이 되는 곳이다. 왜 도대체 뭐가 문제냐라고 아주 대단히 이성적으로 할아버지를 논파하였다. 그러나 애초에 이성이 통하는 상대였다면, 중앙도서관에서 저렇게 소리를 지르고 계실 할아버님이 아니었다.
말이 안 되는 개소리에 나는 조용히 무선이어폰을 내 귀에 올려두었다. 예전 '무선 이어폰 만든 사람에게 노벨 평화상을(이 블로그 안에 있는 글)'이 순간 떠올랐다. 가장 비이성적인 헛소리를 말하고 있는 사람이 상식과 이성을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맥락이 같았다. 결국 그 학생은 할아버지를 상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용히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노트북을 가방 속에 찔러넣더니, 한숨을 푹 쉬면서 자신의 가방을 들고 조용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겠는가. 우리 부모님은 꼭 이 교훈을 알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제서야 두 분은 내가 옳다는 걸 알게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더러운 똥을 퍼먹는 누군가가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끈기 있는 사람이라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이 너무나 비생산적이고 미친 짓을 즐기는 도라희라는 걸 뜻할 뿐이다. 그런 미친 짓을 1000년을 해도 나아지는 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게 악화될 뿐이다. 미친 짓을 할 거면 그나마 생산적인 미친 짓을 하는게 나은 일이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중앙도서관 사서가 그 문제의 할아버지에게 접근했다. 물론, 나는 이미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었다. 그 사서는 조곤조곤 중앙도서관의 공식 룰을 설명해주었다. 여기는 노트북이 되는 도서관이다. 여기서 마우스 소리가 나도 그 정도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역시나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전유물인 논점 흐리기를 시도하였다. 할아버지와 여자 사서의 대화는 '나는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에 문제를 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라는 완벽한 할아버지의 동시 모순의 세계로 진입하였다. 할아버지의 동시 모순 세계에서 여자 사서는 점점 본인의 페이스를 잃기 시작했다. 도무지 이성적인 설명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여자 사서에게 여기 정직원이냐는 쎈 척 코스프레를 시전하였다. 본인의 무無매너로 사서에게 컴플레인을 걸면 마치 정직원 사서 한 명 쯤을 보내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
뭐 어이없는 일인 건 사실이지만, 나는 굳이 이 글을 통해서 할아버지를 힐난하고 싶은 점은 없다. 그냥 그 때 있었던 일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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