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이야기

맛없는 캔커피에 익숙해지며

영웅*^%&$ 2023. 9. 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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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1주일도 넘었겠다 생활적으로도 많이 안정이 되어서 나름의 글을 적어본다. AI와 해킹 보안을 연구하겠다고 넘어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운 일들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하고 적응하기도 하면서 그리고 억까당하기도 하면서 여러가지 소소한 감정이 드는 일상이다  
사실 오늘도 너무 운동을 가고 싶은데 어제 운동을 빡세게 땡겼더니 허리랑 어깨랑 ㅋㅋㅋ 근육통이 와서 ㅎㅎ 아직은 초보인지라 사실 기본 근력 기르기부터 하고 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헬스를 하고 운동을 하는게 큰 낙이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여기 와서 nobody가 되는 즐거움과 씁쓸함을 조금은 느끼고 있다. 사실 고독이라는건 나한테는 워낙 친근한 존재이기도 하고 연구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nobody가 된다는 건 단순 고독과는 달리 이런 식으로 완전히 생소한 도시에 올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미 말했다시피, 고독이라는건 내게는 친구이기 때문에 별로 괘념치 않는다. 다만, 여기 보면 장궈 분들이 공부하러 많이 오셨는데 이 장궈 분들은 세계 어디를 가든 자기들끼리 몰려다니기를 좋아하는 듯 하다. 심지어, 저번에 한 여성 분이 손에 뭐를 잔뜩 들고 지나가시길래 문 열기 힘들거 같아서 문을 잡아 주었는데, 바로 'Xie Xie'라고 중국말로 감사를 표했다. 음... 아니 동양인이면 다 중국인이 아니라구.. 난 한국에서 왔담말여.. 뭐 암튼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어울려 다니면서 지들끼리만 알아듣는 언어로(중국말) 세계 어디를 가든 자기들이 중심인 것처럼 떠들고 다닐 때 nobody가 되는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는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nobody가 되는 감사함이라니? 하나만 예시를 들어보자. 어제 내가 운동을 한창 댕기고 있을 때, 어떤 영국 아저씨 같은 분이 내 뒤에서 기구 운동을 하고 있었다. 뭐 운동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쓸 일은 별로 없으니,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내 운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탁 탁' 이런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였을까? 그 소리는 바로 맹인 아저씨의 지팡이 소리였다. 내 뒤에서 운동하고 있던 그 아저씨는 놀랍게도 맹인이었다. 영국은 확실히 신사의 나라였다. 신사의 나라답게, 아무도 그 아저씨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나는 이 말을 액면 그대로 하고 있다. 정말로, 비꼬는 의도가 전혀 담겨있지 않다. 정말로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맹인 아저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헬스장에서 운동할 수 있는 나라, 그리고 그 아저씨에게 특별한 배려도 무시도 전혀 없는, 그 아저씨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할 때만 나오는 그러한 무관심.. 내가 살았던 동방예의지국에서는 도무지 나올 수 없는 그러한 '자연스러움'이었다. 동방에 작은 예의지국이었다면 어땠을까? 일단, 그러한 맹인 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헬스장에 와서 운동하는 것도 여의치 않거니와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지나친 배려 혹은 무시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 nobody가 될 수 있는 자유라고 생각한다. nobody가 될 수 있기에 자유롭다. 자유롭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에 정진할 수 있다. 정진할 수 있기에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nobody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성장에 있어서는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다. 
영국에 와서 접근성이 좋은 캔커피를 맛보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야 하다가도.. (아무래도 내가 한국식 캔커피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거 같다. 렛츠비?나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계속 마시다보니 나름의 매력이 있다. 영국의 캔커피는 정말 설탕을  1도 넣지 않은 듯한 맛이 난다. 물론, 정말로 설탕을 넣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한국 거에 비하면 설탕이 정말 소량 들어있다(혹은 내가 마신 것만 그럴 수도 있고). 심지어 소금도 들어있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프로틴이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지 캔커피가 이렇게 맛이 없는 건 처음이네 하다가도 계속 먹다보면 의외의 중독성이 발현된다. 그리고 영국에 와서 가장 배신감이 들었던 게 음식이 ㅈㄴ게 맛있다는 거였다(욕 써서 미안하지만, 이렇게 안 쓰면 내 뜻이 잘 전달이 안 될 거 같았다), 혹은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음식으로 맛있다고 유학생들에게 평판이 좋은 곳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여러 나라 음식에 접근성이 굉장히 좋다. 그래서 영국 자체의 음식이 맛있다기 보다는, 각 나라의 맛있는 음식에 대해서 골고루 맛보기 아주 좋다. 뭐가 영국 음식인지도 사실 나는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꽤 많은 맛있는 음식들이 있구나.. 나는 영국남자만 보고 영국 가면 맛없는 음식만 먹는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구나... 우버이츠로 시키면 세계 선진국 어디를 가든 맛있는 음식을 시킬수 있는건 똑같구나.. 뭐 그런 걸 배우게 되었다. 영국 자체의 음식이 만약에 맛이 없다고 해도, 영국 가서 맛없는 음식만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세계 각국의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건 세계 선진국 어디를 가든 똑같기 때문이다. 한국/서울도 당연히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영국남자에서 나오는 건 사실 가스라이팅에 가깝다(물론 나는 그 유튜브 채널을 까는 것이 아니다 나도 종종 재미있게 보는 채널이기도 하다). 나는 최대한 팩트를 전해주려고 하는 것 뿐이다. 영국남자가 정말로 (유튭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국을 그렇게 좋게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살지 왜 주거지는 지금도 영국이겠는가. 한 번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정말로, 내가 직접 와서 경험하고 느끼는 건데.. 지금은 이미 글로벌화된 시대이다보니 한 나라에 한 나라의 음식만 있을 수가 없다. 특히 선진국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세계 각지의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건 선진국이라면 어디든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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