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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슬램덩크라는 만화가 존재하였다.이 만화는 어그로꾼 백호의 성장스토리로 어마어마한 감동을 전달함과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가져다 주었다.
이 당시 세계는 팽창하는 시기였다. 일본의 만화 흐름도 그러한 시대와 정서상을 반영하여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새롭게 탄생한 소년만화는 주로 바닥부터 시작한 주인공의 성장기로 이루어져 있다.
소년만화의 대표격인 원나블을 보자.
원피스는 ㅈ밥 루피의 이야기이다. 싸움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루피는 크로코다일에게 쳐맞고 도톰도톰 열매에 여러 번 패배한다. 세계관 최강자들을 수없이 만나고 그 때마다 죽을 위기를 숱하게 넘기지만, 결국엔 어떻게 성장하여 이겨낸다. 나루토 역시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나루토는 마을 전체에서 불길하다고 가까이조차 가지 않는 왕따로 시작한다. 맨날 끈기를 외치고 중꺾마를 외치지만 만화 현실에서는 그저 한없는 낙제를 반복하는 학생일 뿐이다. 그런 ㅈ밥이자 찐따인 나루토는 결국엔 최고의 닌자가 되어 평화를 이룩한다.
(블리치는 내가 안 보았으니 생략한다. 다만 블리치 역시 주인공이 ㅈ밥으로 시작하여 성장하는 과정을 겪는다는 점은 맥락이 같다)
소년만화는 위에서 얘기한것처럼 대략적으로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아주 ㅈ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주인공 버프를 받아서 혹은 본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미친 끈기와 노력을 통해 결국엔 엄청난 성장을 하여 세계관 전체를 씹어먹은 존재로 성장한다. 이게 모든 소년만화의 큰 줄기이다.
그 후 현실 세계는 격변기를 맞이한다. 특히 만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일본은 무려 잃어버린 30년을 직접 경험하면서 성장은 거의 멈추다시피 하였고 오히려 국제적인 위상은 추락하였다. 미친듯이 달려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추격할 거 같았던 그 미친 성장의 시대가 끝나버린 것이다. 이러한 시대와 정서는 만화에도 그대로 반영되기 시작한다. 더 이상 만화에서 주인공이 성장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게 바로 그 다음 흐름인 먼치킨물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이미 다 성장해서 스토리에 등장한다. 아예 그냥 설정부터 혹은 스토리 시작부터 넘사벽인 주인공을 보여준 이후, 이 주인공이 어떻게 간단히 적들을 녹여내는지 그걸 최대한 시원한 방식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사실 먼치킨물의 유일한 큰 줄기이다. 먼치킨 상태인 주인공은 그냥 너무나 쉽게 적들을 물리치므로 주인공의 동료들은 대체로 약한 경우가 많다. 주인공의 동료들이 처맞거나 당한 이후에 주인공이 등장하여 시원함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도무지 자신들이 어찌할 수 없는 세상에서 도피하여 만화에서라도 시원함을 얻고자 하는 동기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흐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기서 파생한 하나의 더 큰 흐름이 있는데 바로 그건 환생물(혹은 이세카이)이다. 이 환생물 (혹은 이세카이)의 본질은 위에서 말한 두 가지를 사실 합친 것이다. 먼치킨이 기존에 너무나 많이 소비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시원함을 느끼던 독자들도 계속 반복된 시원함에 더이상 시원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세카이물은 주인공이 아예 넘사인데 환생해서 거의 레벨 0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성장하는 신선함을 추가하게 된다. 이는 기존의 먼치킨에서 약간의 비틀기를 시전한 것이며 동시에 소년만화가 주는 구시대적인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시도한 것이기도 하다. 원래는 엄청난 노력과 끈기에서 시작한 소년만화 그리고 그 이후에 시원함을 주고자 노력한 먼치킨물 여기서 큰 흐름이 이어져 왔기에 환생물은 색다른 시원함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기존에 소비했던 것에서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소년만화 방식도 너무나 많이 소비되어 왔고 이런 방식에 많은 대중들은 신물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에, 또한 이는 먼치킨물 역시 마찬가지이기에 요새의 흐름은 결국엔 환생물 혹은 이세카이물에 많이 집중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20세기 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소년만화의 큰 흐름 그로부터 영향을 받아온 셀 수 없이 많은 만화와 드라마 문화양상들의 가장 큰 통찰이다. 이 통찰을 통해서 문화 세상을 다시 보길 권해드린다. 아마 이 큰 줄기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현재까지의 흐름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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