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이 미쳐가는 이유

영국드라마 셜록을 보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뒤로 갈수록 셜록은 자꾸 정신적으로 미쳐갑니다 

자꾸만 자신을 학대하거나 자신을 스스로 망치게 되죠 왜 셜록은 미쳐가는 걸까요?? 

먼저 셜록 원작 (아서 코난 도일 작)을 보면 뒤로 갈수록 셜록 홈즈는 마약에 빠지며 점점 어두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는 그런 셜록의 모습을 부인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천재성의 이면이라면서

당연한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셜록키언들 중 일부는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그만 쓰고

싶은데 주변에서 자꾸 자신에게 너무 압박을 해서 셜록을 일부러 어둡게 그렸던 것이라' 설명하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것이 진정한 원인인지는 원작가만 알겠지만 확실한 것은 원작에서도 셜록은 마약쟁이에 

하루에도 기분에 몇 번씩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거의 정신이상자였다는 것이죠 

기왕 말이 나왔으니 원작 셜록과 영드 셜록의 차이를 조금 써보자면 원작에서는 셜록 홈즈의 모습이 

조금 더 따뜻하게 그려진다는 것입니다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그랬습니다 

물론 원작에서도 셜록은 엄청나게 날카롭습니다 경찰도 무시하고 왓슨도 무시하고 주변 사람들을 전부 다 무시합니다 아주 냉철하게 자신의 사건에만 집중합니다 그래도 몇 몇 세부적인 묘사에서 셜록은 따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서 원작에 왓슨이 위기에 빠진 순간 셜록은 거의 완전히 이성을 잃고서 소리치기도 합니다 (이 때 왓슨을 생각하는 셜록의 모습이 애특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할 때도 드라마에서는 무슨 왓슨을 거의 강아지 취급합니다 대뜸 전화를 걸더니 "Stay exactly where you are" 명령하고 "This is my note" 선포하더니 휵 하고 갑자기 뜁니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자신의 호적인 모리아티한테 아예 부탁을 하더니 왓슨을 위해서 친절한 메모를 남겨둡니다 (진짜 얼마나 따듯합니까!!) 

그리고 원작에서 셜록홈즈는 유신론자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원작에서 셜록은 여러번 자신의 믿음을 공언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셜록과 왓슨이 몇 십 년 만에 다시 얼굴을 맞이하는 순간 셜록은 "신만이 아실 것이다" (이 대사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라며 혼잣말을 합니다 물론 셜록홈즈가 신의 이름을 여러번 말하긴 하지만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원작자인 아서 코난 도일만이 알겠죠 (솔직히 누가 그 속을 알겠습니까? 독자는 그냥 겉만을 볼 뿐인데요)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확실한 무신론자입니다 셜록 홈즈는 "사후세계는 없다" "인간은 죽은 후에 special room 에 들어가서 그냥 burn한다"라고 어린이에게 친절하게 선포해줍니다 

대충 이정도를 본다면 확실히 드라마가 더 현대적으로 셜록을 '무신론자 소시오패스'로 그려냈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저는 드라마 셜록에서 그려낸 홈즈 캐릭터를 그 나름대로 좋아합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마이크로프트, 허드슨, 왓슨 세부적인 묘사나 스토리라인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원작과 얼마나 다른지 다 다룰 수도 있지만 일단 이 글에 주제와는 큰 상관이 없으니 이 정도만 일단 쓰기로 할게요 나중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런 세부적인 내용들도 조금씩 써가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이 글의 중요한 주제에 접근해보겠습니다 

"왜 셜록은 자꾸 미쳐만 가는 걸까요?" 

사실 이 부분도 원작과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작에서 셜록은 100세를 넘게 삽니다 

말년에 홈즈는 탐정에서 은퇴하고 꿀벌들과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심지어 왓슨보다도 훨씬 더 오래 살죠

 

확실한 것은 드라마 속 홈즈는 살아있는 것이 거의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을 파괴시켜 나갑니다 

심지어 시즌 4 2화를 보면 '메리'가 죽은 후에 셜록은 아예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신을 파멸시키죠 

저는 솔직히 홈즈의 광팬으로써 홈즈가 그렇게 망해가는 것을 보는 게 결코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도 시즌 4를 보면서 우리가 사랑했던 소시오패스가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죠 

저도 똑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시즌 1, 시즌 2에서 보여주었던 홈즈의 명석함은 완전히 다 사라져버리고 

실험실의 쥐같은 홈즈의 모습이라니요 이건 거의 원작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감독은 손가락을 쫙 펴고 보여주면서 시즌 5도 나올 것이라고 했잖아요 (그것도 시즌 4가 나오기 전에;;)

셜록이 미쳐가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의 정신적인 집중력때문입니다 

천재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몰입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존 내쉬를 생각해볼까요? 존 내쉬는 엄청난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수학자입니다 

그의 뛰어난 패턴인지능력은 컴퓨터를 뛰어넘을 정도였습니다 그 패턴인지능력 때문에 

그는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죠 자신에게 명백한 '현실'이 알고보니 자신의 패턴인지능력으로인한 '비현실'이었던 것이죠 (자신에게는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요?) 

하지만 존 내쉬만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쿠르트 괴델은 신경쇠약을 앓았습니다 집합론의 창시자도 평생 정신병원에서 살았구요 아르센 뤼팽이라는 명작 소설을 탄생시켰던 작가는 말년에 '아르센 뤼팽'이 실존인물이라며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환상에 빠져 살게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천재들이 정신병에 빠지거나 아주 약간이라도 그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모든 사람들이 약간의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다만 그 증세가 심각하냐 아니면 아주 조금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

이처럼 천재들은 자신들의 강력한 몰입력때문에 정신병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정신병을 겪지 않고 평생동안 훌륭한 능력을 보여준 천재들도 많습니다 가우스, 아인슈타인, 아이작 뉴턴, 세종대왕, 정약용 등 셀 수 없이 많죠 (천재들이 모두 심각한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성급환 일반화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천재들이 정신병을 겪기 더 쉬운 환경에 처해있다는 것이죠 셜록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셜록이 시즌 3 3화에 메리에게 총을 맞게 됩니다 그 때 셜록은 자신의 mind palace속 모리아티 교수를 찾아가게 되죠 그 때 모리아티 교수가 말합니다 "셜록 너는 모든 것이 고통스럽지?" 

천재들은 몰입력이 뛰어나기때문에 고통스러운 일이 생길 때 그 고통에도 몰입하게 될 수 있습니다 셜록이 자신을 망쳐가는 시점을 보면 왓슨이 떠나서 자신의 외로움에 골몰하게 되거나, 메리가 죽고 어디에도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어졌을 때 입니다 그런 때 셜록 같은 천재는 어디에도 답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 파괴에' 몰입하게 됩니다 몰입력이 뛰어난 천재답게 빠른 속도로 자신을 파괴시켜 나갑니다 

이것이 셜록이 미쳐가는 진정한 이유입니다 

그럼 처방도 해볼까요? 

셜록같은 천재가 평생동안 훌륭한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왓슨 같은 훌륭한 조력자가 있으면 좋습니다 왓슨은 아주 훌륭한 조력자기 때문에 셜록을 배신하지도 않고 외로움을 달래줍니다 마음이 다치더라도 다시 회복합니다 이런 조력자가 단 한 명만 곁에 있어도 셜록은 행복하게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을 의지할 곳이 필요합니다 마음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지향점을 몰입시키고 집중시킬 곳이 필요합니다 셜록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오는 사건이나 어려운 문제가 바로 그 몰입점이죠 하지만 인생에서 어려운 일이 생긴경우 셜록은 전혀 대처하지 못합니다 이럴 때 마음을 집중시킬만한 곳이 필요합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편하게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장소가 필요하죠 시즌 3 3화에 보면 셜록은 mind palace에서 red beard를 불러서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합니다 그것이 셜록이 그나마 찾았던 마음의 안정장치였던 것이죠 (사실 이런 마음의 안정장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마음의 안정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마음에는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정신을 안정시켜줄 마음의 안정장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