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혀 꼬부러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그녀가 정결한 모습을 보이길 원하지만
그녀는 그런 나를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녀는 장난꾸러기이다 조금도 장난을 쉬지 않는다
나는 약간 바보 같다
사람을 잘 대하지 못하고 서툴다
특히 여자는 별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이해해준다
무슨 존 내쉬도 아니고 말이다
정작 내가 이해가 안 되는데 그녀는 나를 이해한다
그녀는 오늘도 술을 마시며 나를 쳐다본다
쯧즛 이렇게 예쁜 여자가 이렇게 술을 마셔대면
어쩌겠다는 건지 나는 그녀가 걱정된다
그녀는 단발머리 고집쟁이다
단발머리가 자기는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데
솔직히 내 눈에는 그게 그거다
그게 그거? 너무 무관심하다고?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라도 그녀에게 무관심하고 싶다
떄로는 그게 잘 안 된다
그녀를 선이 넘도록 사랑할까봐 무섭다
얼마전에 내가 알던 선배는
자신이 사귀던 여자친구랑
불장난을 하다 덜컥 애기를 가져버렸다
그래도 둘이 결혼할 거라고 하니 다행이지만
정작 중요한 건 현실이다 그들은
아직 애를 부양할만한 상황이 아니다
나는 그녀를 이렇게 사랑할까봐 무섭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런 내 맘도 모르고
그저 내게 장난만 친다
누가 나한테 큐피트 화살을 쏴서 맞춘 것일까?
그녀의 말투, 그녀의 눈매, 그녀의 손,
그녀의 머리, 그녀의 허리
모든 게 너무 사랑스럽다
그녀는 슬쩍 술잔 테두리를 검지손가락으로 돌리며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기습적으로 입술을 맞댄다
이게 항상 술자리에서만 하는 그녀의 장난이다
그녀와 나는 동갑이지만 그녀와 나의 머릿속에는
항상 그녀는 누나이고 나는 그녀의 동생이다 그녀가 나의 손을
맞잡을 때 나는 어린아이 동생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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