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을불이 정말 백성을 생각해서 사유에게 왕을 넘겨주려했다면, 무에게는 왕권과는 분리되면서 동시에 왕권 아래에 있는 독단적인 군사권을 넘겨주었어야했다. (장수가 현장에 나가서는 왕의 명령을 듣지 않을 수도 있는 법입니다 라는 말처럼.) 전쟁에 너무 뛰어난 것도 좋지 않으나, 고구려는 핵심 요지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즉, 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왕권은 온전히 사유에게 주고, 무에게 군사에 관한 모든 제반을 결정할 독자적인 권리를 주되 무리한 원정에는 토의한 후에 결정을 내리도록 나라를 구성했다면, 충분히 백성을 위한 선정을 펼치면서도 나라를 안전히 잘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고구려 5권에는 사유를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고 또한 백성을 향한 사랑이 애틋하기에 실제로 그런 점에서 충분히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군주는 맞으나, 미치광이 모용황에게 나라를 넘겨주고 나라의 얼을 무너뜨리고 조정대신들을 뺏기고 백성들이 끌려간 건 사실 옹호되기는 힘들다. (그 안에 담긴 사유의 마음은 아름다우나, 어쨋든 결과적으론 그렇다.) 만약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대통령은 아예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라면 분리된 군사권을 나누어서 주었을 것이다.
모용부 군사들의 마음은 하라리의 '상상이야기'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하라리의 상상이야기를 짧게 풀어보면, 사람들은 사회에 퍼진 상호주관적인 믿음체계를 가지게 되고 그 믿음체계는 그 구성원들을 결속시킨다. 모용부 군사들은 모용외라는 사람이 구축해 온 모용부 신화를 믿으면서 수십년 간 믿음체계를 확신하게 되었다. 그 믿음체 그들을 결속시켜 왔는데, 그가 죽자마자 믿음체계의 핵심이 사라지게 되었고, 결국엔 결속이 해체되어 버렸다. 이는 역시 그런 상호 주관적인 믿음체계가 사회를 결속시킨다는 하라리의 이론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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