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제안한 경기에서 압승한 그는 이번에 황당한 제의를 역으로 한국기원에게 해왔다. 바로 최정상 프로들과 접바둑을 두고싶다는 제안이었다. 그의 황당한 제의에 코웃음치던 한국기원은 당연히 그가 몇 점을 깔고 두는 것으로 이해했으나 막상 그는 한국기원에 와서 최정상 프로들에게 검은 돌을 쥐고 몇 점을 깔라고 말했다. 그의 황당한 제의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하던 프로들은 결국 국가대표 감독의 말에 따라 먼저 검은 돌을 4개씩 깔았다. 그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돌이 판마다 잘 깔려있는 것을 보자마자 흰색 돌을 들어 하나씩 두기 시작했다. 최정상 프로 8명과 4점 접바둑 동시대국이었다. 황당한 상황에 아무 말을 못하던 프로들은 깊은 모욕감을 느꼈으나 투철한 직업정신덕분인지 자신들도 모르게 바둑 판 위로 손을 뻗었다. 그는 거의 0.5초~0.8초만에 한 수씩 두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이 황당한 상황에 화가 나 일어선 프로도 있었지만 이미 TV로 보았던 구글과의 경기에서 압승한 그의 신적 능력을 떠올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약 (판마다) 100~200수 정도 둔 후에 남아있는 프로는 단 한 명 뿐이었다. 나머지 7명은 이미 돌을 던졌고 백 불계승이었다. 박 프로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추어가 와서 8명 프로랑 접바둑 동시대국을 두더니 전부 이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스스로 물어보던 그도 돌을 던졌다. 이미 백의 압승이었다. '정말 신이라도 되는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두었던 판을 바라보던 박 프로는 다시 한 번 그의 말도 안 되는 능력에 감탄했다. 몰래카메라나 이벤트라기엔 딱히 어떤 트릭도 발견되지 않는다. 자신은 정말 진심을 다해서 두었던 것이다. 게다가, 현 인공지능 최강도 4점 접바둑을 두면 자신이 이긴다. 그러니 이건 어디선가 인공지능이 대신 두어주면서 그 둔 자리만 신호로 보내주는 트릭일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사람의 진짜 실력이다..' 박 프로도 알고있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엘파고와 그가 둔 대국은 기보를 보아서 알고있었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비웃음용으로 한 번씩 거론하고는 했었다. (대화(2) 참고 -작가주) 그렇게 정적이 흐르는데 국가대표 감독이 말했다. "이제 다들 돌아가거라." 8명의 프로기사들은 이 말을 듣고 멍한 상태로 되돌아갔다. 감독과 그만 남았을 때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프로기사분들의 정신적 충격이 심할까 싶어 염려되었으나, 그래도 훌륭한 실험이 되었습니다. 감독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진심으로 슬퍼보였다. 그도 공감을 한단 말인가.
"솔직히 이길 줄 몰랐습니다. 이게 가능하군요 놀랍습니다..." 감독이 말했다.
"저도 저번에 엘파고에게 졌기때문에 ego가 무너지는 기분을 아주 잘 압니다. 선수들께 많은 실례를 저질렀군요. 용서해주시길.."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공손히 인사했다.
"물론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받았겠으나 누군가에겐 쓴 약이 되고 누군가에겐 패배의 변명이 되겠지요."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