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안하게도, 현실(R)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현실이란건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지성 작가도 아는지 모르겠으나 '='이라는 등가관계는 P->Q이고, Q->P인데다가 그 식이 항등식일 때만 쓸 수 있다. 즉,R=VD라고 하는 순간, R->VD도 되는 것이다. 그럼 이런 관점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라는 R을 생각해보자. 수많은 유대인들에게 아우슈비츠 학살은 끔찍한 현실(R)이었다. 위의 추론대로라면 그들은 단체로 모여서 아우슈비츠 학살을 아주 간절하게 상상(VD)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자료는 수십 만~ 수백 만 유대인들이 모여서 아우슈비츠를 상상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역사는 정반대로 말한다. 오히려 그들은 신께 기도VD를 했다. 자신들에게 축복을 달라고 아주 간절하게 상상했다. 자신들에게 복만을 내려달라고 간절히 VD했다. 그리고 R은 아우슈비츠 대학살이었다. VD는 R이 아니다.
이런 아우슈비츠라는 현실적 사례가 있는데, R=VD라는 한가한 공식이나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웃긴 상황을 보며 나는 비웃음을 흘린다. 정말 미안하게도 R=VD가 아니다. 당신이 아무리 상상해도 당신은 우사인볼트도 아니고, 당신은 김연아도 아니며, 당신은 빌게이츠도 아니다. 그들은 70억분의 1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당신 자신도 70억분의 1이라는 것이다. 당신은 특별한 존재이다. 제발, 다른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마라. 그냥 당신의 특별한 삶에 풍덩 뛰어들기를 권한다.
R=VD가 해당되는 사례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R=VD가 해당되지 않는 사례도 굉장히 많다. 나는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자이자 논리학자로서 이런 식의 서술을 전혀 반기지 않는다.
어떤 공식을 말하면서 그 공식에만 해당는 사례만 열거하면서 그 공식이 옳다고 말하는 걸 전문적으로는 '국회의원의 오류'라고 부른다. R=VD가 옳다고 말하면서 그 공식엠에만 해당되는 사례만 말하는 건 전적으로 '국회의원의 오류'의 사례이다. 나는 이지성 작가가 겨우 이 정도 수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지성 작가가 더 좋은 글을 쓰기를 간절히 상상한다(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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