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던 건 대학교 캠퍼스에서였다. 나는 어느새 2학년이었고 그녀는 풋풋한 대학교 새내기였다. 한 눈에 봐도 엄청난 동안에 첫날 그녀가 입고 나온 청바지는 내 눈과 마음에 쏙 들었다. 그 청바지 안에서 아름답게 인사하던 그녀의 엉덩이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범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난 두 번의 연애때문에 나는 성격이 완전 달라져버렸다. 미숙하기도 했고 떨려서 잘 느끼지도 못했던 첫경험 그리고 이어진 수많은 경험 축적 시간들을 견딘 후에 나는 이미 너무 잘 알고 능숙해져버렸고 여자의 매력은 범한 순간 끝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남자의 성욕은 끝이 없어서 절대 만족을 못한다. 여자가 그저 성욕의 대상이라면 그 여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난 후에 나는 단순히 성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이상을 원하게 되었다. 똑똑한 대학생답게 나는 대화가 가능한 여성을 꿈꿨다.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그렇게 첫 번째 연애도, 두 번째 연애도 끝났다. 몇 년 전에 대학생들끼리 유명했던 얘기가 있었다. 어느 대학교 어느 과에 누구는 신입생 여자들 중 반반한 애들은 한 번씩 다 건든다더라. 심지어 어디에 가자고 해놓고 그냥 성욕 풀고 나와서 모르쇠 한다더라. 경찰에 신고하면 합의해놓고 한건데 갑자기 말 바꾸는 거라고 한다더라. 이런 소문들이 참 많았고 정말 아쉽게도 그 소문들 중 다수는 그냥 소문이 아니라 진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첫경험이었던 여성들은 대개 미숙하고 수치심을 느끼기때문에 그런 사건을 신고하지도 못했고 이를 악용한 선배들은 아무 대가 없이 남의 인권을 짓밝고 자신들의 쾌락을 누리고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들의 진상을 파악하며 사건 속 여자분들과 남자분들 모두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불쌍했다. 여자에게 불쌍한 건 그렇다쳐도 가해자 남자가 왜 불쌍하냐고? 고추를 툭 따야 되는게 아니냐고? 바나나 수확시즌 아니냐고? 음 그래 솔직히 맞다. 피해자들이 앞으로 감당할 힘든 시간과 고통을 생각할 때 사실 그게 맞는 말이지. 바나나를 따야지. 나는 오히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벼워서 걱정한다. 내가 불쌍하다고 말한 건 처벌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동정심이 있건 없건 우리나라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 너무 솜방망이다. 내가 남자를 동정했던건 그런 식으로 관계가 어그러지면 그래서 그 가해자들이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게 되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이 어려워진다는 걸 알기때문이었다. 이야기 사례들을 보니 강간 수준의 사례도 있던데 강간은 피해자나 가해자에게나 엄청난 강도의 사건이다. 가해자는 그 쾌락의 강도를 잊지 못하기때문에 그냥 성적인 접촉으로는 잘 만족이 안 되는 수준으로 쾌락중추신경이 변하게 된다. 그러면 그에겐 더 이상 강간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만 할 것 같은 필연적인 것이 되버린다. 그런 식으로 쾌락역치는 상승하고 그는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쾌락 괴물이 되어간다. 내가 불쌍히 여겼던 건 그것이었다. 쾌락은 향신료량 비슷하다. 향신료를 적당히 넣어야 맛이 살아나는 것이지. 그런 식으로 한 줌 음식에 향신료를 한 바가지를 넣게 되면 나중엔 향신료만 쫓아 만족하지 못하는 괴물이 된다.
나는 그걸 잘 알고있기에 그녀랑 서서히 친해지고 싶었다. (여기서 그녀는 상상(1)에 나오는 그녀이다. -작가 주) 말도 많이 하고 그녀의 생각이 너무 궁금해서 듣고 싶었다. 연애가 여성스러운 게 아니냐고? 요새 연애에서만큼은 남성/여성을 구분하는 건 정말 멍청한 일 같다. 다른 일에서는 구분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연애에서는 남/여 구분이 큰 상관이 있을까? 과연 그럴까? (연애=성관계라고 착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당신 머릿속이 읽힌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눈을 떠보니 나는 다시 지하실인지 뭔지 모를 방에 있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천천히 다가가야지... 성적인 대상이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이미 나는 그녀에게 두 번이나 범해진 성적 노예가 되었다. 남/여 구분이 없다고 했던가? 그 말을 이렇게 실감나게 체험하다니 그녀는 나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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