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 을불의 회상이 잦아들면서 신료들은 그의 얼굴에 약간의 눈물이 비치는 걸 보았다
"장애가 심한 사람일수록 무의 곁에는 가지 않았소 무는 온 마을이 장애인인 그 마을에 가서도 온전하고 건장한 젊은이들만 모아 무용담을 듣고 전략을 논하며 끝없이 전쟁 이야기를 하고 있었소 사유는 자식 잃은 노파를 어머니라 부르고 팔다리 떨어져 나간 불구자들을 어루만지며 눈물로 그들을 위로해주고 있었단 말이오. 왕후, 백성이란 무엇이오?"
"....."
"군주란 또 무엇이오?"
"......"
"전쟁에 이기면 왕실과 조정은 부유하고 행복하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백성은 목숨을 잃고 불구가 되며 가정은 망가지지 않소. 전쟁을 피하여 더 이상 싸움이 없없다면 왕실은 궁색하고 고관대작들은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겠지만 오히려 백성은 가정에서 식구들과 살 수 있지 않겠소? 나는 그 때 확신을 얻게 되었소 항상 전쟁에 이기고 그리하여 모든 백성들을 싸움터로 몰아내는 용맹한 군주에 비해 전쟁에 지더라도 백성을 전쟁에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옹졸한 군주가 못하지 않다는 걸 말이오."
"....."
"무는 너무 전쟁을 잘할 아이요 백성의 수효도 얼마 되지 않는 이 고구려의 장정들은 그 아이를 따라다니며 끝도 없이 목숨을 잃고 팔을 잃고 다리를 잃을 거요 군주는 백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의 영광을 이루는 자가 되어서는 아니 되오 태자로는 사유가 맞소!"
나의 생각 : 어느 날 나는 이 대목을 읽다가 나만의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태양이 꼭 하나여야만 할까? 태양이 두 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유와 무가 동시에 지도자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꼭 둘 중에 하나만 왕이 되었어야할까? 권력을 두 개로 나누어서 국방 쪽 외세의 일은 무에게 일임하고 내정에 관한 모든 일은 사유에게 일임하게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만약 의견이 서로 안 맞는 상황이 생기면, 신하들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서 생각해보자 로마시대에 브루투스라는 굉장히 빼어난 집정관이 있었다. 브루투스는 폭군 시대에 태어났는데 그 폭군에 의해서 자신의 형이 죽었다. 그런 각박한 세상에서 태어난 그는 바보인 척하며 방심시키고 힘을 조금씩 키워나갔다. 후에 왕을 몰아낼 힘을 얻은 그는 반정을 통해서 폭군을 몰아내고 자신과 동등한 집정관을 선출하여 2명이 로마를 합리적으로 통치하는 '공화정'을 로마에 선물했다. 그리고 의회에서 토론과 합의를 통해서 결정을 내리도록하여 왕이 자의로 국정 농단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단순 연대로도 고국원왕보다 몇 백년은 이르다)
나의 상상 : 우리는 흔히 태양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태양이 하나만 존재해야 된다’고 은연중에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로마 판테온 구조를 본 적이 있는가? 그 건물은 가장 힘을 많이 받는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다. 가장 힘이 되고 중심이 되는 부분에 아무런 힘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천사가 설계한 건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태양은 하나일 수도 있고 둘이거나 셋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없을 수도 있다. 중심이 없으면(태양이 없으면) 그 조직은 무너지는 게 아니다. 그 모든 힘은 판테온의 구조처럼 각자에게로 나누어진다. 그렇게 되면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 유와 무의 상생의 경지에 도달한다.
바로 이것이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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