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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속독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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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진실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서 이 글을 적는다. 요새도 속독 학원이라든지 속독 책이나 강의 등이 계속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속독은 가짜다.

이 말에 대해서 오해가 없도록 정말 자비 없이 (무지비하게) 세부해보자. 속독은 가짜다? 이 말은 책을 빠르게 읽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인가? nono 절대로 그렇지 않다. 참고로 말하자면, 내가 평소에 읽는 책들의 두께가 500~600페이지 정도 된다.(내 자랑 하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팩트여서. 사실 두께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얇은 책도 읽을 수 있어서 이 얘기를 하는 것 뿐이다.) 그것도 남들보다 대략 3배에서 4배 빠르게 읽는다. 3배에서 4배 빠르다고 해서 막 물리적으로 (내용도 이해 안 하고) 빠르게 파파팍 넘긴다는 뜻이 아니다 ㅋㅋ 나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그리고 생각하면서' 남들보다 빠르게 읽는다. 이 부분이 포인트이다.(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속독하고 다른 지점이기도 하고) 내가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내 눈이 빠르게 그리고 내 손이 빠르게 움직일수 있어서 빠르게 읽는 게 아니고(속독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눈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뇌는 페이지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하라) 내 두뇌가 책을 스캐닝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충분히 습득한 내용이거나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충분히 내용이 파악된 페이지들은 훨씬 더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내가 어디서 유클리드가 소수의 무한성 증명을 어떻게 했는지 그 증명과정을 보고 이해했다는 기억이 있으면 어떤 책에서 그 내용이 나왔을 때 눈으로 글자 하나하나를 따라가지 않고 페이지에서 눈을 딱 떼고 '아 맞아 그 때 이 내용이었지' 이거 하나만 떠올리고 그 페이지 전체를 넘겨도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페이지 전체를 읽고 생각하고 이해하는데 1~2초면 충분하다. 이런 식으로 관련된 시냅스가 활성화되어있고 여러 생각들을 잘 발전시켜 놓았으면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해진다.

어려운 책을 읽는 비결을 알려달라고? 솔직히 책을 이해하는 원리는 정말 간단하다. 책을 이해한다는 건 (물론 why?를 파악한다는 뜻도 있지만) 이전에 내가 '알고있던 지식과 책에서 새롭게 배우는 지식이' 서로 만나고 결합하고 토론하고 깨닫는다는 것이다. 그게 책을 이해한다는 말의 진정한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이전에 내가 알고있던 지식들과(생각들과)' 능동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결합시켜서 계속 머리를 굴리면서 책을 읽어야 이해가 된다. 그냥 눈으로 글자만 따라간다고 하면 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은 한정되어 있다. 속독의 진정한 문제가 여기에 있다. 속독은 눈으로 글자를 따라간다. 속독의 핵심 내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정말 간단한데, 한 번 더 복습해보자. 눈으로 단어 하나만 보지 않고 여러 문장 (계속 연습하면 페이지 전체) 을 동시에 보고 (내면에서 소리내지 않고) 손을 재빨리 움직이면서 뇌도 페이지를 슉 보면서 책을 빠르게 읽으라는 것이 속독의 핵심 내용이다. 정말로 리얼로 이렇게 속독한다는 사람들 백 이면 백 내가 <수학의 천재들>, <수학 퍼즐 걸작>, <수학의 세계>, <해킹 공격의 예술>, <시경>, <죽음의 수용소에서>, <비판적 사고>, <시를 어루만지다>, <국부론>, <순수이성비판> 이런 책들 가져다 주면 절대로 단언컨대 제대로 한 장도 이해할 수도 없을 거고 풀어낼 수도 없을 것이다(당연히 전제가 있다. 걔네들이 속독으로 페이지 슈슈슉 넘기면서 읽는다고 할 때).

이미 많은 독서가들은 이 진실에 대해서 알고 있다. 속독은 진짜 사기이고 가짜이다. 그런데도 그걸 모르는 사람들을 낚아서 속독이라는 환상으로 돈을 번다는 게 진심으로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이미 여러 번 정확히 알려졌지만, 속독한다는 사람들은 '페이지 넘기는 속도만 빠르다'. 진짜 그게 다일 뿐이다. 속독한다는 사람들은 페이지 넘기는 속도만 빠르고 눈 돌아가는 속도만 빠른 것일 뿐이다.(솔직히 하나만 첨언하자면, 나는 쉬운 책들은 속독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정말로 그렇게 하찮은 책들을 속독으로 대충 얄팍하게 읽고 생각도 대충할 거라면 차라리 책 읽지 말아라. 그냥 유튜브 보고 넷플릭스 가서 보는 게 훨씬 배울 게 많을 것이다. 내가 장담할 수 있다. 책은 대충 보기에 너무 아깝다. 좋은 책들은 진짜 제대로 읽어야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인생은 그런 좋은 책들로 다시 세워진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그 책에 맞게 속도를 달리하면서' 읽을 수 있는 사람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고 내 주변에 정말 책 좀 읽는다 하는 독서가들은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보면 카멜레온처럼 쉬운 내용은 쉽게, 어려운 내용은 어렵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인간의 독서능력과 사유능력이 정말 위대한 점은 유추에 있다. 알파고는 바둑을 인간보다 잘 둔다.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으로 인생 혹은 사업에까지 확대해서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생각하지는 못한다. 인간은 바둑으로 인생과 사업 그리고 일상생활에까지 넘나들 수 있다. (미생未生을 생각해보라) 그러한 유추 혹은 은유는 근원을 통찰할 때 나온다. 그렇게 근원을 통찰해보고 깊숙이 읽으면 책을 한 권만 읽은 것 같아도 실제론 100권, 1000권을 읽은 효과를 가져다준다. 진정한 독서가들은 그렇게 제대로 읽은 책들이 쌓이고 쌓여서 남들보다 3~4배 '빠르게 제대로 이해하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다. (3~4배 빠르게 겉으로만 읽는다고 독서가가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게 진정한 독서의 비결이다. 나는 정말 진실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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