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그냥 귀여워서 올렸다.
가끔씩 대학원에 가서 연구하다가 집에 올 때 버스를 타고 온다. 지하철에서 2~3개 정도 지나서 버스로 환승을 하는데, 정말 이상하게 지하철을 탈 때는 그런 기분이 안 들다가 버스에 탈 때만 되면 뭔가 알 수 없는 허무감과(허탈감일지도?) 외로움 같은 게 몰려왔다. 도대체 이게 무슨 기분인지 전혀 감이 안 잡혀서 나름 며칠동안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틈틈이 분석도 해봤다.
예전에 학창시절 때에는 공부를 다하고 집에 오면 뿌듯한 기분부터 느꼈다. 물론, 집 문을 열고 막상 집에 들어오면 그 뿌듯한 기분이 금방 사라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도서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때에는 꽤나 뿌듯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단 말인가? 예전보다 비교할 수 없이 생산성 있는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가는 길인데도 나는 왜 이런 허전함을 느껴야 하는가? 등등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순리를 거슬러서 연애나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ㅋㅋㅋ 내가 이런 생각까지 했다는 건 나름 작지만 고민 아닌 고민이었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까지 연애를 총 두 번 했다. 하나는 화려하게 하나는 극적으로 막을 내렸다. 거의 드라마 같은 일이 있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며칠 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냥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였다.약간 피곤한 것도 아니고 너무 피곤하면 그런 기분을 느꼈다. 나름 엄청나게 생산성 있는 시간을 보내고 하루에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정된 시간에 모두 쏟아내듯이 시간을 썼기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나름 운동도 꾸준히 했고 체력도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계속 공부하고 진행해도 무리가 전혀 없으리라 여겼다. 근데 사실 계속 매일 정해진 일정을 아주 잘 소화하면서 꾸준히 공부한다는 게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약간이나마 당연히 지치거나 피곤함을 느끼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냥 앉아있기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굉장히 어렵고 수준 높은 문제를 풀어내는 게 내가 매일 하는 거니까 그려 그려 - 아무튼 이걸 계기로 해서 나를 조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잠깐 연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약간 옆으로 새보자. 나는 가능하다면 비혼자로 평생 살고 싶다. 지금까지는 비혼주의자이고 앞으로도 평생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일은 내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아주 잘 안다. 인생의 운명은 한 개인이 장담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결혼제도에 대해서 별로 신뢰도 없고 거기에 더해서 내 지적인 능력을 감당할 여자가 정말로 있을지 의문이다. (너무 과격한 말이라면, 미리 사과하겠다.) 근데 진짜 연애만 하더라도, 내 지적인 능력을 감당 못하는 여자가 꽤 되었다. (2번했다며?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썸이나 여사친 관계까지 포함한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진짜 정말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나는 누군가가 '180cm이하면 루저'라고 개소리를 읊은 것처럼 'IQ 150이하는 존재할 가치도 없는 멍청이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개성이 있다. 각자의 색깔이 있다. 누군가는 지능캐이고 누군가는 힘캐이고 누군가는 민첩캐이고 누군가는 마법캐이고 각자 개성이 다르고 특성이 다르고 직업이 다르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모두가 하나의 기준에 맞춰서 그 기준에만 평가받아야할 이유따위는 전혀 없다.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도 당연히 그 사람만이 가지는 개성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쨋든, 내 쪽에서 상대방보다 너무 머리가 좋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상대방이 감당하지 못한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나를 이용해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하는 그 느낌이 나는 가장 혐오스러웠다. 상대방을 무시해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 그리고 당연히 전세계를 뒤져보면 나보다 더 똑똑한 여성분들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즉, 이건 남녀문제가 아니다. 다만, 내가 남성이랑 결혼할 리는 없기 때문에 여성분을 얘기한 것 뿐이다. 오해하지 말자 ㅎㅎ) 상대방이 너무 평범하다면 그리고 나랑 지적인 능력이 많은 차이가 난다면, 그냥 각자의 길을 존중하는 것이 최선의 길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지적인 문제에 깊이 침잠하는데 상대방이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그런 식의 연애라면 이제 다시는 하고 싶지가 않다 ㅎㅎ 결혼도 마찬가지이고. 적어도 내게는 지적인 즐거움과 독서와 사유의 즐거움만큼 큰 행복은 없기 때문이다. 지적인 문제를 슬로싱킹해서 풀어내고 독서와 사색을 할 때 그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진정한 즐거움을 맛본다. 그럴 때 진짜 너무 행복하다.
아무튼, 허전함과 허무함까지 느꼈는데, 그게 오직 피곤해서였다니 ㅋㅋㅋ 사람은 생각보다 참 단순하다 ㅎㅎ 오늘도 컨디션 잘 조절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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