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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야기

참새는 봉황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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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현실이다.

부처는 자신의 명상 중에 깨달음을 얻는다. 깨달음을 얻고 나서 그는 오히려 깊은 질문에 빠져든다. 이 진리를 과연 밖으로 나가서 전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그는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로 바쁘기 때문에 이러한 진리를 과연 깨달을 수 있겠느냐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진리가 너무 높아서 일반 사람들이 다다를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우습게 보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때 브라흐마라는 신이 내려와 부처에게 직접 진리를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부처는 지긋이 옆에 있는 연꽃을 바라보았다.

연꽃에는 세 종류가 있었다. 완전히 수면 위로 떠 있는 것, 반쯤 가라앉아 있는 것, 완전히 가라앉아 있는 것. 이를 보면서, 부처는 다시 생각했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도 진리의 측면에서 이와 비슷할 것이다. 완전히 가라앉아 있는(무지한) 자도 있을 것이고 깨달음을 얻은 자도 있을 것이다. 이 둘은 내가 가르칠 이유가 없다. 완전히 가라앉아 있는 자는 아무리 가르쳐도 깨달을 수 없을 것이고, 이미 깨달음을 얻은 자는 내 가르침 없이도 이미 진리를 알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칠 존재는 반 쯤 위에 수면에 떠오른 존재들이다. 이들이 탁하게 가라앉지 않도록 진리로 인도하는 것이 내가 할 역할이다. 부처는 이렇게 생각하고 세상에 나와 진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개와 돼지 같은 자들이 있다.

어느 무지한 정치인이 '민중은 개와 돼지'라고 말했던 의미에서 개와 돼지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개와 돼지는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유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개와 돼지라는 사람은 진리를 가르쳐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더 높은 진리를 가르치고 매우 과학적이며 중요한 얘기를 해줘도 그 말을 이해하지도 깨닫지도 못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내게도 최근에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평소에 정확한 논리로 진리를 짚어주어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대화를 잘 안 하는 편이다. 특히나 그 사람이 소프트웨어 전공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강아지는 정말로 작은 틈을 이용해서 나름대로 나의 중요한 부분에 그의 냉소를 흘려넣는데 성공했다. 이 강아지는 진리를 전혀 도무지 깨닫지 못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알지 못하며 아는 것이라고는 아주 작디 작은 손바닥 보다 작은 새끼 손가락 정도 되는 귀요미한 녀석이다. 아는 것도 없고 제대로 된 경험도 딱히 없기 때문에 진리를 전혀 깨닫지 못하며 자신이 뭐라도 된 듯이 착각하는 녀석이다.

이 녀석의 냉소는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한 마디로 귀엽다는 말로는 다른 표현은 없다. 그냥 귀여울 뿐이다.

가소롭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참새는 봉황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이 참임을 경험적으로 다시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오다노부나가의 소설에 보면 오다 노부나가, 도키치로, 이에야스, 주아미, 신겐 등등 각자의 그릇과 능력 등을 구분하는 사고방식이 자주 등장한다. 평등화된 민주사회라는 인식에 익숙한 우리는 이런 사고방식에 대해서 알 수 없는 거부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말 안타깝게도 (이것이 진실이라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감성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이는 진실이다) 사람들 중에는 참새도 있고 봉황도 있으며 미꾸라지도 있고 용도 있다. 모든 인간이 본질적으로 평등하다는 말은 안타깝지만 개소리에 불과하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니체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니체나 히틀러 등은 이런 사고방식을 더욱 발전시켜서 강한 자들 혹은 초인들이 지배하고 약하고 쓸모없는 인간들은 죽이고 버려도 된다는 식으로 까지 나아갔지만(물론 정확히 말해서 이것이 니체의 사상은 아니다. 따름 정리 정도 된달까) 나는 그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무튼 참새는 봉황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 단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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