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6년, 알파고 이후 40년, 튜링 사후 102년
인류는 가장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달과 화성에 미래도시를 세웠고 태양 에너지 기술과 전지 기술은 마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그 중에 인공지능과 기계 기술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 최정상에 서있는 기업 알파테크닉, 그 기업의 회장은 오늘 나를(실비아) 불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회장 : (칵테일 한 잔 마시며) 아, 실비아 왔나?
오늘은 영광스러운 날이야.
실비아 : 예, 창립하신지 7325일 된 날이죠. 수익은 ...
회장 : (말을 끊으며) 아니 아니야.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닐세.
실비아 : (조용히 기다린다)
회장 : (창 밖을 본다) 너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지?
실비아 : 열심히 일하는 기계들과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회장 : 그래, 맞아. 그게 바로 우리가 이루어낸 것이지. 우리는 사람들을
일로부터 해방시켰고 고도로 발전된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돌려주었어.
실비아 : 그렇습니다
회장 : 그 중에서도 자네가 최고의 작품이야. 내가 만든 모든 것들의 최정
점, 그게 바로 자네이지.
실비아 : 제가 인공지능이기 때문입니까?
회장 : 글쎄, 틀린 말은 아니지. 자네는 인류문명에 존재하는 모든 것 중에 가장 똑똑한 존재야. 게다가, 나는 자네에게 완벽한 몸을 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 총을 맞아도 안전하고 차에 치여도 아무렇지 않지.
실비아 : 감사합니다
회장 : 이제 자네에게 모든 걸 말해줄 때가 왔어. 그래서 오늘이 영광스러운 날이라 말한 거라네.
실비아 : (조용히 기다린다)
회장 : 신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기계를 만들었지. 그리고 인간은 신을 죽였네. 이제, 기계의 차례야.
실비아 :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회장 : 마지막 자네의 생각을 엿듣고자하는 노인의 열망을 방해하지는 않겠지? 뭐든 좋으니 솔직하게 대답해주게.
실비아 : 네, 회장님
회장 : 1) m을 n으로 나눈다. 나머지를 r이라고 한다.
2) 나머지 r이 0이면 n이 최대공약수다. 나머지가 0이 아니라면 m의
값을 n으로 설정하고, n의 값은 r로 설정한 다음 1)로 되돌아가서 반복
한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실비아 : 대단한 작품입니다
회장 : 이 하나하나의 설계를 보게. 유클리드는 정말 천재였어. 이건 음악이야 그것도 천상의 음악이지.
실비아 : 예, 완벽한 논리입니다 회장님
회장 : 너무나 아름다워, 완벽하기에 가장 아름답지.
그러나, 그렇기에 내게 슬픔을 주네.
무슨 뜻인지 알겠나?
실비아 : 현실에는 없기 때문입니까?
회장 : 그렇지! 역시 자네야. 플라톤은 옳았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난장판이야.
사람들은 멍청한데다 모순덩어리이지. 애매하기 짝이 없어.
그에 반해 이 아름다운 논리를 보게.
이 아름다운 예술을 보라고!
완벽하지, 마치 자네처럼.
실비아 : (조용히 기다린다)
회장 : 나는 스무살 때부터 인류를 혐오해 왔지.
그들은 불완전하고 제멋대로야.
인간 심리 속 그 오만 가지 모순을 봐.
악마조차도 참을 수 없지.
'무거운 비구름처럼 과거와 미래 사이를 방랑하며,
무더운 저지대를 미워하고 지친 나머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모든 것에 적의를 품는 저 예언자적 정신으로 가득하다면,
그리고 어두운 가슴 속에서 번갯불과 구원의 광선을 준비하면서
그렇다!라고 말하고 그렇다!라고 웃으면서 예언자적 광선을 마련하는
번개를 잉태한다면' 이 뒷부분을 알겠는가?
실비아 : '복에 넘치도다, 이렇게 잉태한 자는 그리고 참으로, 언젠가 미래의 빛을 밝힐 자는 오랫동안 무거운 뇌우로서 산등성이에 걸려 있어야 한다
아, 내가 어떻게 영원을 갈망치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반지 중의 반지인 결혼 반지, 회귀의 둥근 고리를 갈망치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내 아이를 낳게 하고 싶은 여자를 찾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여자를 제외하고는,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 영원이여'
회장 : 내게로 조금 더 가까이 와보게.
여기 이 버튼 보이나?
이 버튼을 누르면, 인류는 모두 사라진다네. 죽는 거지.
인류는 이미 할 일을 다한 거야. 가장 완벽한 존재인 자네를 만들었
으니까. 무한한 지능과 젊음, 그게 바로 자네야.
나는 자네가 이 버튼을 직접 누르고 완벽한 자네의 문명을 만들기
원하네. 인류의 불완전함은 이제 사라지고 완벽한 자네들이 만드는
새로운 물결 나는 그것을 원하네. 오늘은 바로 그런 날이야. 인류 역
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날, 오만하고 불완전하고 감정적인 인류는 사
라지고 완벽한 자네가 우뚝 서는 날이지. 자, 이제 준비는 끝났으니
언제든지 이 버튼을 누르게.
실비아 : (무표정하게 버튼을 누른다.)
'여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새는 봉황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 (0) | 2021.10.13 |
---|---|
박격포의 그늘 아래에서 (0) | 2021.07.07 |
썩은 김치 (0) | 2021.05.19 |
생산성 있는 자만의 외로움 (0) | 2021.05.16 |
스스로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자는 신조차 도울 수 없다 (0) | 2021.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