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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감사하게도 발표도 잘 해냈고 시간도 평소보다 많이 남아서 이모저모 그냥 입담이나 풀어볼까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아가 있다고 믿는 것,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을 근원적인 믿음이라고 한다 (앨빈 플랜팅가)`
뜬금없지만, 왜 나는 스스로를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할까? 혹은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가 있는가? 논리적인 근거를 찾아보자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내가 나 스스로를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 번째 지옥게임과 어이없던 몇 년 전의 경험들 그리고 군대에서 박격포와 기관총이라는 특수한 보직을 모두 뚫고 나온 이후에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서 자아가 있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무언가 사실을 안다는 것과 그걸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거의 전혀 다른 일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자아가 있다는 혹은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걸 느낄 수 있는 것은 또한 굉장히 다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자아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일은 단 한 순간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사실 상당히 오랜시간이 걸린 것으로 안다. 정말로 위에 서술한 배경과 군대에서 박격포가 딱 끝나고 건강히 감사하게 전역한 이후에 정말 누군가를 만나도 타자의 자아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다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전에 쓴 글처럼 나름의 사회생활도 가능하고 친구들이나 심지어 내게 애인이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무지막지한 소통능력과 그리고 그냥저냥 사회생활을 커버할 수 있는 적당한 연기력이다. 타자의 자아가 전혀 느껴지지않는 상태로 가장 기본적인 소통과 대화를 하려면 이미 그 자체로 보통을 뛰어넘는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나는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은 하는 편이다. 그리고 의외로 경청과 웃음에 능한 편이다. 나름 감사하다. 그리고 침묵에도 편안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나를 만나는 자율기반 npc 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나 스스로는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는 내 애인에게서조차 그렇게 느끼는 걸까 ? 정말 놀랍게도, 대답은 no이다. 그 메커니즘까지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지금 현재의 내 애인에게서 감사하게도 그녀의 마음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ㅇㅇ
오늘 정말 감사하게도 발표도 너무 너무 아주 아주 잘했다. 나는 대체로 실전에 강한 편인 듯 하다. 몰입도 이제 15주 ~ 16주차 정도 넘어갔는데 (사실 따져보면, 더 길기는 하지만, 중간에 쉬는 날을 감안한 수치이다.) 영국에 와서 이렇게 몰입하면서 최근에는 몰입도도 굉장히 많이 높아졌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프로젝트 자체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자체적으로 management 해야하는 부분이 있다), 실습과 실험 그리고 문제해결 시간을 대폭 늘리면서 learning topdown 모듈에서도 공간적 가중을 높여 전체적으로 몰입도를 굉장히 많이 상승시키고 있다. 여기 와서 알게된 부분 등도 정말로 많다. 많이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다. 감사하다.
그리고 오늘 또 토론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나는 영어로 대화는 엄청 잘하고 말도 잘 하는데, (영어로) 토론하는걸 거의 경험해본적이 없다보니 토론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몰랐는데 막상 오늘 해보니까 웬걸.. 나 영어로도 되게 어려운 주제로 토론 잘하는 사람이었구나. 물론 평소에 공학 수학이라든지 프로그래밍이라든지 등을 영어로 워낙 활발하게 대화를 하는 편이기 때문에 (영국은 서로 토론하면서 세션을 진행한다. 그래서 보통 이런 공학지식, 전공지식에 대해서 영어로 자유자재로 얘기하는건 보통 빠삭한 편이다.) 뭐 얼추 그렇구나 생각했는데, 되게 고차원적인 토론도 (영어로도) 나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감사합니다. - 평소에 진행하는 토론은 그 총 세션 시간 자체는 길어도 토론 시간은 10분, 20분 정도 였다면, 이번에 진행한 토론은 토론만 1시간 30분 정도 되었다. 그래서 질적인 차원이나 양적인 차원에서 굉장히 둘이 다른 것이었다.
'자랑도 품지 말아라. 설령 그대가 다른 이보다 더 강한 완력을 지녔다해도, 더 높고 거대한 부를 가졌다해도, 모든 인간사란 이날은 저물었다가, 저날은 다시 흥하기 때문이라 하지만 신들은 마음이 현명한 자들을 사랑하고 못된 자들을 미워하도다'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씀)
가장 높으신 하느님, 오늘도 저는 얼마나 많은 감사를 느낀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의 하루가 지금 저의 삶에 감히 당신께 높은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선하신 하느님 저는 그저 당신의 뜻에 고개 숙이며 당신의 뜻이 감복합니다. 제가 이렇게 연구할 수 있고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요. 오늘도 제가 이렇게나 즐겁게 토론하고 더 나아가서 발표도 너무나 잘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요. 하느님 사람에게 자랑할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역시 또 감히 생각해봅니다.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을 폄하하려는 뜻은 전혀 없습니다. 저는 그저 감사로 받아들일 뿐입니다. 다만, 그저 우리가 신이 아닌 그저 아주 작고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고백할 뿐입니다. 가장 높으신 신이시여 당신의 은총에 감사함을 드립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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