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는 말없이 단청의 그림을 바라보며 끝나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지막 여백에 무늬를 채워 넣은 단청이 붓과 물감을 정리할 즈음 구부는 입을 열었다
"그대의 현명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단청은 이 낯 뜨거운 질문에 겸양하는 대신 또박또박 대답했다
"남과 나를 구분하지 않은 덕이 아닐까 합니다"
"흠"
구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과 나를 넘나든다 아도를 만나면 아도가, 복조리 장수를 만나면 복조리 장수가, 나를 만나면 내가 된다는 뜻이렸다 상대방의 뜻과 생각을 먼저 짐작하고 이를 미루어두었던 자신에 담는다"
"예"
-고구려 6권 p109~110 일부
요새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의 철학을 조금씩 접하면서 깨달았는데, 김진명 작가님의 고구려가 논어나 공자보다는 노자와 장자의 철학과 많이 맞닿아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고구려 내부에서도 사유의 입이나 구부의 입을 빌려서 논어와 공자를 비웃는다. 작가님 스스로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정말 궁금하다. 분명히 노자와 장자의 사상으로 고구려의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예를 들어 위에 대목만 해도 그렇다 위의 대목은 단청과 구부의 대화인데 구부는 단청의 현명함이 어디서 오는지를 묻는다 단청은 자신을 미루어둔 상태 위에 남으로 채우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데 남을 향한 마음과 자신을 미루어두는 것은 각기 道와 虛를 나타내는 것으로 장자와 노자의 사상과 정말 완벽히 일치한다 특히 노자의 사상보다는 장자의 사상에 정말 완벽히 들어맞는다
나는 고구려 6권을 읽으면서 구부가 논어, 공자와는 아예 다른 신천지를 만들려고 하기에 '아니 도대체 어떤 사상을 끌어다 쓰려고 하시는거지? 아니면 김진명 작가님 스스로가 공자에 버금가는 사상을 만들려고 하시는건가?' 솔직히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나는 김진명 작가님께서 현대 사상이나 유토피아 사상을 끌어다가 쓰시려나 그런 생각까지 했었다) 사실은 이미 동양에서도 충분히 대안적인 사상은 있었던 셈이다 특히 국가적으로 활용하려면 장자보다는 노자의 사상이 더 어울릴텐데 노자가 이미 국가를 다루는 사상을 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시 공자처럼 중국의 사상이기때문에 작품 중 '고금 최고의 천재'라는 구부에게는 완벽히 들어맞는 사상은 아니다 아마 김진명 작가님께서 이런 사상을 끌어다쓰시려면 작가님 스스로도 많은 성찰과 생각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이 철학적인 부분이 고구려 7권이 늦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아 고구려 7권 빨리 읽고싶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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