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2권에 보면 모용외의 얼굴과 상부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총 두 번 나온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을불이 왕으로 신하들에게 추대되는 장면인데, 그 장면을 보면 상부가 을불에게 살려달라고 빈다 그리고 이런 표현이 나오는데 '살려달라고 빌어대는 상부의 얼굴에 곧 천하를 집어삼킬듯한 모용외의 얼굴이 겹쳐들었다' 나는 이 내용을 읽고서 솔직히 맨 처음에는 반감을 가졌다 모용외는 당대의 영걸이자 최고의 무장이었다 일기당천의 최강의 무신이자 최고의 군세를 거느리면서 원목중걸과 함께 당대를 누빈 최고의 군주이다 그리고 상부는 미친듯이 자신의 나라를 갉아먹은 폭군 중에 폭군이며 신하를 끊임없이 베고 죽인 살인마이다 그런데 어떻게 상부와 모용외의 얼굴이 겹칠 수 있나?
하지만 읽고 읽고 또 읽으면서 생각해봤고 나는 김진명이라는 작가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상부와 모용외는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모용외의 무력이 뛰어나다는 차이밖에는 없었다 모용외가 낙랑을 향해서 쳐들어갈때 어떻게 했나? 주변 민가를 모두 불태워버렸다 단부를 칠 때나 우문부를 칠 때 모용외는 단 한 명의 포로도 살리지 않고 모두를 죽였으며 진 나라에 쳐들어갈 때 어린아이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모두를 죽이고 기름에 튀겨서 삶았다 모용외는 끔찍할만큼 잔인한 인물이다 사람을 개미처럼 죽이는 살인마이다 그리고 상부 역시 신하를 죽이고 백성을 죽이고 숙신을 수탈했다 아마 위의 장면을 통해서 김진명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모용외처럼 뛰어난 무신인 게 무슨 자랑이냐고 그 무신과 상부라는 폭군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냐고 김진명 작가는 짧은 한 줄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모용외와 상부는 둘 다 잔인한 살인마에 불과하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서 고구려 3권에 보면 주아영은 그런 대사를 친다 "왜 제가 폐하(을불)를 택하였는지 물으셨죠? 폐하께는 그게 있어요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결국엔 승리로 이끌고 나가는 힘 저는 머리가 있고 외모는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제게는 그게 없어요 저는 오히려 폐하께 정도를 배웠어요 " 김진명이라는 작가는 의도적으로 여기서 고구려의 미천왕이라는 왕이 (고구려의 왕이기 때문에 옳은 것이 아니라) 정도를 걷는 백성을 한없이 사랑했던 군주이기에 그리고 그 사랑을 실천하며 오직 정직과 성실함으로 여기까지 온 군주이기에 옳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이 메세지는 그 내러티브를 깊숙이 파고들면 고구려 4권과 5권 6권에 걸쳐서 계속적으로 보여진다
'고구려(김진명 작가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용외와 항우 (0) | 2018.08.24 |
---|---|
글자전쟁 (0) | 2018.08.22 |
하나의 추측인데 (0) | 2018.08.22 |
장자의 철학 (0) | 2018.08.09 |
무 왕자의 질문 (+궁금증) (0) | 2018.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