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이지만 원작 징비록이 아니라 소설형식으로 다시쓴 징비록이다
징비록 원작은 2번 정도 꼼꼼하게 읽었고 한 번 매우 속독했다
지금 서평으로 쓰는 이 책은 그런 원작을 소설형식으로 작가가 다시 쓴 책이다
이 책을 보면 류성룡을 거의 학문의 귀재로 보고 있는데 중간에 보면 정말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나온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류성룡은 한 번 본 것은 아무리 작은 글귀라도 잊는 법이 없었다 그는 한 번 둔 대국은 모두 기억했으며 그의 바둑실력은 빠르게 일취월장했다'
물론 포토그래픽 메모리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글귀를 정말 잘 외우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만 하더라도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활용하기도 하고 정말 놀라울 정도의 기억력을 자랑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가지고 있다거나 장소 기억법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한 번 본 것'을 전부 기억하는 것은 서번트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레인 맨> 영화의 실제 사람이었던 사람은 서번트였는데 그 사람은 평생동안 본 1만 권이 넘는 책을 모두 기억했으며 책을 읽을 때 왼 쪽 눈으로 왼 쪽 부분을 오른 쪽 눈으로 오른 쪽 부분을 보면서 2초만에 책장을 넘겼다고 한다
이렇게 쓰다보면 생각나는 부분이 있다 <헤아려본 슬픔>에 보면 맨 마지막에 C.S.루이스 양아들이었던 사람이 바라본 루이스와 그의 아내가 나오는데 이렇게 묘사해놓았다 '루이스는 책에서 본 내용은 모두 기억했으며 그녀 역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C.S.루이스나 류성룡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감히 생각하기에 위의 묘사는 틀림없는 거짓말인 것으로 보인다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가??간단하다 C.S.루이스 스스로가 자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없다고 말했기때문이다 다른 책은 언급할 필요도 없이 <헤아려본슬픔>에서 '선별적인 기억'이라는 자신에게 적용한 단어가 나온다 C.S.루이스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이 무참하리만큼 선별적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C.S.루이스 스스로의 증언이니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말은 그냥 개소리로 치부할 수 있고 나는 류성룡 역시 결코 모든 글귀를 기억하는 능력을 가지지 않았다고 거의 확신할 수 있다 (물론 이 추론자체는 과학적인 추론이 아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설령 그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허상에 불과하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다른 사례를 들 것도 없이 <레인맨>의 모토가 되었던 사람은 실제로 1만 권이 넘는 모든 책의 모든 내용에 모든 글귀와 모든 표현과 모든 단어를 기억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 사회를 바꾸는 능력을 발휘하거나 그 엄청난 기억력과 암산력 기억력으로 대단한 성과를 이루지도 못했다 사회성이 심각할 정도로 결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쉬운 일을 제대로 처리할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공부한 사람들이 아는 역설이 있다 '컴퓨터에게 쉬운 것은 사람에게 어렵다 사람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다' 이 역설처럼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결코 장점이 아니다 실제로 그런 것들을 모두 기억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사람들은 어떠한 성과나 진보도 전혀 이루어내지 못했다
기억은 유용한 도구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억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진정 위대한 것은 잊는 데 있다 (미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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