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를 정리해보자

대림동 여경 사건에 관한 나의 생각

영웅*^%&$ 2019. 5. 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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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을 쓰는 본인은 남자이며 처음에는 남자들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접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글을 남성주의로 쓸 생각은 전혀 없으니 안심해주세요 (단, 저도 사람인 이상 객관적일수만은 없음을 밝힙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글을 무조건 삭제하기 전에 내용을 봐주세요.  

제 글이 길어질까봐 주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시작할게요. 지금 상황을 보면 남성주의에 물든 남자분들은 이 사건을 너무 확대해서 여경, 여자 전체로까지 가고 있고 페미에 찌든 여자분들은 거의 무조건적인 쉴드를 치기 바쁩니다. 저는 둘 다 극단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본론 시작합니다.) 

제가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본 이유는 이 사건이 터진 후에 경찰과 한 방송사에서 이 사건을 왜곡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세월호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권력자들이 쉽게 뉴스 내용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근데 더 중요한 건 이제는 국민들이 사건을 알기가 너무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권력자분들이 뉴스를 아무리 바꿔도 유튜브와 구글이 사건을 전부 알려주기 때문이죠. 어쩌면 지금 제가 쓰는 글도 삭제처리될 수 있습니다. 지난 해 제가 글을 쓴 것도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삭제처리 된 적이 있었거든요. (그 때 글을 쓴 대상이 된 당사자는 지금 유죄판결 나서 감옥에 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아직 유/무죄 판결이 안 났습니다. 결국엔 제 말이 옳았다는 거죠.) 제 부탁은 제 글을 삭제하기전에 글을 최대한 공정히 봐달라는 것입니다. 

사건 내적으로 들어가봅시다. 

이미 사건 내용이 워낙 유명해서 사건 브리핑은 안 할게요. 문제가 된 장면은 대략 세 가지입니다. 1) 뒤에 있는 취객이 밀치니 여경은 너무 쉽게 밀쳐졌다. 2)여경은 이미 눕혀져있는 취객할아버지도 잘 제압을 못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3) 시민 남성 한 분을 다급히 부르며 수갑 채워달라고 했다. (경찰은 수갑을 채운 사람은 교통경찰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세가지를 가지고 경찰, 뉴스, 남자, 여자 등등 정말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팩트만 짚고 넘어가자면 여경분이 쉽게 밀쳐진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그리고 경찰이 제시한 증거를 봤을 때 여경이 결국엔 취객 할아버지를 제압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건 증거사진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경이 시민 남성 하나를 콕 찝어부르며 도움을 요청했다는 데 있습니다. 경찰이 내놓은 증거를 최대한 받아들여서 수갑은 교통경찰이 채웠다고 해도 여경분께서 '시민' 남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fact는 바뀌지 않습니다. 이것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죠. 솔직히 우리가 경찰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무의한 시비나 폭력에 휩쓸리기 싫어서이죠. 조금 와닿게 설명하기 위해서 제 친구 두 명 얘기를 해볼게요.(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한 명은 체고 출신이고, 한 명은 체대 출신입니다. 둘 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취객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체대 출신인 아이는 지금 싸우면 깽값만(?) 물어줘야한다고 생각하고 약 5분 정도 (체감상 5분입니다.) 취객 주먹을 전부 다 피하고 순식간에 제압했습니다. 당연한 얘기긴 하지만 진짜 취객은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체대 출신 친구는 깽값 내기 싫어서 주먹도 아예 안 썼구요. 반면 체고 출신 아이는 (둘이 다른 사람입니다.) 시비 걸리는 상황에서 너무 화가 나서 취객을 진짜 미친듯이 패서 깽값으로 수백 만원을 냈습니다. 심지어 폭력죄도 적용될 뻔했죠. 

이처럼 성인이 된 이상 폭력은 거의 허용되지 않습니다. (자기 몸을 어쩔 수 없이 지킬 때 정도?) 그래서 우리는 시비에 말리면 경찰을 부릅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시민한테 다시 도움을 청한다? 이건 좀 심각한 얘기입니다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면 남자 분들은 어디에다가 도움을 청해야 하는 건가요? 당장 저만 해도 복싱 배운지 3년 넘었고 검도도 2년을 했지만 심각한 싸움이나 시비가 붙으면 경찰에 신고하지 주먹으로 해결하지 않습니다. 주먹으로 해결해봤자 돈만 들고 심각한 경우 폭력죄에 연루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건을 확대해석하는 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이 사건 하나만 보고 여경 심지어 여자 전체까지 확대해서 (특히 여자 전체로 확대하는 건 더 말이 안 된다는 건 초등학생도 알 겁니다.) 유용성 문제를 얘기할 수 없습니다. 일단 논리적으로 귀납법을 생각해봐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건 하나로 바로 일반적인 명제를 얘기한다는 건 올바른 추론이 아닙니다. 

사건 외적으로 조금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 사건을 가지고 여러 사이트들에 올라간 글들이 전멸하다시피 삭제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그 글들은 대체로 색깔 있는 글이라고 알고있습니다. 음.....제 생각엔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일단 시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나라는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제가 이 사건을 더 심각하게 본 이유는 바로 이것때문이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에게는 각자가 하고 싶은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헌법 뒤져보세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명예훼손죄가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그 여경 분의 신상을 턴 것도 아니잖아요. 만약 신상을 털고 욕을 하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글은 당연히 지워야죠. 심하면 명예훼손도 적용하구요. 근데 그런 글도 아닌데 무조건 지운다는 것은 언론 탄압입니다. 정치인들끼리는 서로 실명 부르면서 욕하잖아요? 그 때 명예훼손죄도 적용 안 하잖아요? 그런데 한 공무집행자에게 정당한 비판을 한다고 그 글은 명예훼손을 적용해서 다 삭제한다? 그게 법치주의 국가에서 할 일입니까? (그러려고 세금 내는 거 아닙니다.) 

경찰이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지키고 싶은 건 알겠습니다. 최근에 버닝x 사건도 있고 신뢰도가 바닥인 상태에서 자신들을 지키고 싶겠죠. 하지만 진짜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시민들을 위해서 시민들의 글을 지운다고 신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오히려 잘못된 점이 있으면 냉정하게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을 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차라리 인정하세요. 일본의 길이 아닌 독일의 길을 가란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경찰대에서 자신들의 평가 방식을 바꾸겠다고 말을 한 것에 아주 작지만 희망을 품어봅니다. 적어도 무엇인가 잘못되었고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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