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대체적으로 비난과 비판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먼저 비판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1)논리적으로 타당하며 2)가치적으로 옳다. 그리고 비난은 1)논리성은 개한테 주고 2)사실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비난은 어쩌면 가장 쉬운 방식의 반응이다. 사람들은 아무리 작더라도 부정적인 성향을 무의식에 가지고 있기때문에 어떤 사건이든, 사람이든 부정적인 성향을 쏟아내서 일명 '몰이'를 하기는 참으로 쉽다. 어쩌면 이건 각 사람이 거의 '타고난' 능력에 가깝다. 마녀사냥, 유대인 학살 등이 이런 식의 부정적인 성향 쏟아내기의 최고 극단적인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난은 하기 정말 쉬우며 그냥 어떤 일이든지 거의 무의식적으로 쏟아낼 수 있다. 특히 진짜 선의를 가지고 한 연예인들의 선행에도 무차별적인 비난이 쏟아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비난은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반면, 비판은 아예 수준 자체가 다르다. 비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고차원적인 논리적 사고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비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일단 비교를 할 줄 알아야 하며 (비교 자체는 고도의 추상화 능력을 요구한다.) 가치적으로 어느 쪽이 맞는지도 구분해낼 줄 알아야 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비난은 수능국어를 풀지 않고 그냥 느낌대로 찍는 것이며 비판은 수능국어를 풀면서 답을 맞추고 그 근거까지 제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비난은 근거가 없으며 비판은 타당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비난과 비판을 구분하지 못한다. 심지어 사회적으로도 그렇다. 물론, 우리나라엔 명예훼손죄가 있고 그 명예훼손죄는 사실에 근거한 자료에도 적용된다는 걸 알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당한 비판'에도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민주주의 시민은 '정당한 비판'을 할 수 있있는 권리가 있으며 (설령 법적인 처벌을 받더라도) '정당한 비판'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변화시켜온 원동력이며, 일제시대에서 독립으로, 독재시대에서 민주주의로, 경제번영으로 이어져 온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적인 얘기이긴 하나, 비난은 최대한 우리나라 사회에서 사라져야만 한다. 비난은 (물론 사람이 가진 본질상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어떠한 상황에도 옹호 받을 수 없다. 정당한 비판은 장려하고 비난은 왜 '논리적이지 않은지', 왜 사실과는 맞지 않은지 깨어 있는 국민들이 앞장서서 외쳐야만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나라가 존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올바른 소리' 없이 민주주의 사회는 결코 굴러가지 않는다.
'논의를 정리해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재는 영원한 인내다(논리적인 사색가) (0) | 2020.11.19 |
---|---|
사회성? 남들이 뭐라 하건! (0) | 2019.05.28 |
대림동 여경 사건에 관한 나의 생각 (0) | 2019.05.21 |
A-B-C 이론에 대한 논박 (0) | 2019.04.02 |
도덕은 그냥 안경일 뿐일까? (0) | 2019.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