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훈련소 (1)

영웅*^%&$ 2020. 12. 3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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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으로 입대 전날이었을 것이다. 입대 전날에 나는 아예 잠을 못 자고 있었다. 엄마나 아빠는 나랑 대화를 하려고했었던 거 같은데 나는 전혀 부모랑 대화를 나누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 당시 부모랑 특히 아빠랑 싸우기도 자주 싸우고 해서 대화를 전혀 나누지 않고 내 방에 가만히 누워 아무 의미 없는 트와이스 영상을 몰아서보고 있었다. (지금도 트와이스 팬인데 아무 의미 없다고 표현해서 미안하다 ㅎㅎ 다만, 그것보다 내 그 때의 기분을 정확히 표현해줄 단어는 없어서 ㅎㅎㅎ)         

 

그 전날에 나는 이와 비슷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적었다, (내 방에만 500권 정도의 책들이 있다.)

 '사랑하는 내 책들아 그동안 내가 너희들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고마웠다. 이제는 비록 헤어져야 하지만 항상 잘 지내'  빼어난 독서가들은 책에도 인격이 있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책을 쓴 사람들은 실제로 과거에 혹은 지금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쓴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격이 책으로 남은 것이니 책에도 인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즉, 책을 읽는 것은 과거에 혹은 지금의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

아무튼 그 때의 나는 20개월이 지나서 책들을 다시 만나게 될지 어떨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저 다음 날이 입대날이라는 것만을 느끼며 옆으로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에 나오는 영상만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입대 전 날 밤은 지나갔다. 

 

입대 당일이 되었다. 당일 아침에 엄마는 미역국을 해주었다. 미역국을 꽤 맛있게 먹었다. 그 후에 부모님과 SRT를 타러 갔다. 그 때에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별다른 감흥도 감정도 없었다.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려 했다. SRT를 타고 부모님과 해당지역으로 갔다. (나는 해당 지역, 부대명, 소속되었던 곳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도 내가 서울에 살고 있고 SRT를 타고 갔다고 하니 어느 정도 추론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 ㅎㅎ 뭐 아무튼 해당 지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부모님은 점심을 먹자고 했지만 전혀 아무 것도 먹고 싶지가 않았다. 내 예전 동기나 후임들 말로는 입대 당일에 부모님들이 소고기를 사주거나 진짜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입대했던 사람들을 대표해서 말하자면, 그 당일에 부대에 들어가기 전에는 진짜 맛있는 음식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고기를 먹어도 끽해야 몇 점 겨우 먹으려나? 뭐 아무튼 나는 도무지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아서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먹은 음식이라고는 아침 일찍 거의 새벽에 먹은 미역국 한 그릇이 다였지만, 뭐가 더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내 몸에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토를 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아니고 계속 화장실에 가서 큰일을 봤다 ㅎㅎㅎ (너무 솔직한 얘긴가?) 뭐 아무튼 계속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 ㅋㅋㅋ 그러면서 나는 앞으로 군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한 가지를 입대하기 직전에 깨달았는데 바로 '몸은 길을 알고있다'는 원칙이었다. 원래 수계산이 빠르고 원리원칙보다 전략과 전술을 중요시하는 나로써는 몸으로 길을 찾기보다는 머리로 길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근데 군대에서는 그런 방식보다는 '몸은 길을 알고있다'는 원칙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한 방식이었다. 나는 군대라는 조직 안에 있을 때에는 놀라울 정도로 직감이 뛰어났는데 사회에서는 사용할 필요가 딱히 없는 생존감각에 타고난 지적능력이 더해져서 생긴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구석기 시대 때, 우리의 조상들은 그러한 탁월한 감으로 포식자들의 무리에서 살아남았으리라. 

암튼 계속 배가 아프길래 부대에 들어가기전에 약을 하나 사서 먹었다. 그리고 담담히 부모님이랑 같이 부대에 들어갔다. 부대 근처에 가니, 나랑 같이 입대하는 동기들이 몇 명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가지 생쇼가 끝난 뒤 이제 부모랑 헤어져서 내 갈 길을 가야하는 버스에 탔다. (다행히 이 생쇼에 뭘 하는지 나는 다 알고있었기에 훨씬 편했다.) 그렇게 담담히 나는 부모님께 인사했다. 부대에 도착해서 머리가 긴 사람들은 다시 거기서 신나게 머리가 빡빡이가 되었고 입고있던 옷들과 속옷을 전부 반납했다. 다들, 태초의 모습으로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했다. 조교들이 몇 명 들어와서 군기를 잡았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아주 대략적인 설명을 해줬다.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조교들은 언제나 바로 앞에 일어날 일만 말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날 불침번을 나눠서 서며 잠자리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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