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훈련소(5)

영웅*^%&$ 2021. 1. 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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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고 백범일지를 읽고 있었다는 얘기까지했다. (훈련소 (3) 참고) 

 

백범일지에 보면 이런 얘기도 나온다. (아마, 인상 깊은 내용이었던 거 같다. 메모를 남긴 거 보면)

'복역 중에 뜰을 쓸 때나 유리창을 닦고 할 때는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하였다. '우리도 어느 때 독립정부를 건설하거든, 나는 그 집의 뜰도 쓸고, 창호도 닦는 일을 해보고 죽게 해달라'  

 

그리고 조금 뜬금 없지만, 확실히 내 전공을 보여주는 메모도 있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배식조가 따로 있다. 이 배식조가 장병들에게 전부 배식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배식조 본인들 역시도 밥은 먹어야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모든 장병들에게 배식을 해주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뭘까? (이 메모를 적으면서 나는 버트런드 러셀의 이발사 이야기를 생각했던 것 같다.) 

 

1)스스로 배식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한 마디로 재귀 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2) swap문 실행. 배식조가 밥을 받는동안만 정리조가 배식해주고 배식조가 나머지를 배식한다. 

 

실제는 이 두 가지를 합친 것' 조금 뜬금 없을 수는 있지만, 나는 훈련소에서 밥을 먹을 때에도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찌어찌 가볍게 사격훈련도 지나갔다. 그 때는 훈련소에서 약 2주가 넘게 지난 시점이었는데, 가끔이지만 센 척을 하면서 이 사람 저사람 시비걸고 다니는 애들이 있었다. 나는 그 중에 세 명을 제육볶음, 부랄이, 띨띨이로 불렀다. (이 세 명외에는 같은 훈련병 중에 귀찮게 하는 애는 없었다.) 그 세 명다 실제로 싸움을 그렇게 잘해보이지는 않았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띨띨이는 팔굽혀펴기를 5개밖에 못하고 행군조차도 못하는 저질체력이었다. 그런데 왜 깝치고 다녔을까? 일단, 나이가 제일 많았다. 그리고 훈련병끼리 싸우면 퇴소당한다는 점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깝치고 다녀도 아무도 못 건들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걔가 시비걸 때마다 진짜 턱주가리를 가격하고싶었고 정말로 싸움을 한다면 개 패듯이 팰 자신도 있었지만, 나는 싸우지 않는 길을 택했다. 왜냐하면, 어차피 앞으로 한 달도 안 볼 사이였고(2주가 넘게 지났으니까) 어차피 '이 또한 지나간다'는 진리를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자라고 하여서 꼭 약자를 패거나 때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약자를 잡아먹지 않고 (약육강식) 때에 맞게 약자를 용서해주고 지나보내고 무시하는 것도 강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 타이밍에 그 자식이 귀찮게 한다고 개 패듯이 팬다면 결론적으로 누구만 손해인가? 어차피 그 새x는 인생패망자이니까 손해 볼 것도 없고 따라서 손해 볼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역시나 다시 한 번 용서해주는 길을 택했고 그 녀석이 시비를 걸라 치면 무시하거나 쌩까는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다 지나가리라' 이 말은 모든 훈련소에 있는 모든 훈련병들이 머릿속에 새겨야 하는 진리이다. 훈련소 생활이 긴 거 같지만, 군생활이 좀 길긴 길지만 '어차피 다 지나간다'. 

 

그 후에는 교육이 이어졌다. (훈련소 내의 표현으로는 '정신전력') 어차피 훈련소 내에서는 다 배우는 내용이고 상식에 가까운 내용이니 적지는 않겠다. 이러저러 역사교육과 한국인들이 공유하는 정서 등등 기본적인 내용을 배웠고 역시나 나는 매우 쉽게 시험을 통과했다. (이 시험은 정말 쉽다. 상식이니까.)     

 

그 후에는 슬슬 보직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보직으로 갈 것이냐 (자대에서는 솔직히 꿀보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보직이 좋을 것이냐 등등 많은 얘기들이 어렴풋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당시에는 솔직히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보직을 얻었으면 했다. 아니면, 적어도 그나마 머리를 쓸 수 있는 보직을 얻기를 바랐다. 몸만 쓰는 보직이 아니었으면 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원숭이 수준의 지능으로 태어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평생 그 수준에 머문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은 천재가 되며(천재는 후천적이다) 그들은 천재로써의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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