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으로 전역 그 이후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어느새 전역한 지 몇 개월이 흘렀다. (몇 개월이 지나긴 했어도 사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 ㅎㅎ) 아마 이 글로 이 블로그에 올리는 군대 스토리는 마무리 되지 않을까 싶다 ㅎㅎㅎ
전역하고 난 뒤 나는 지금 하루하루 일상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정말로, 부대에 있을 때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상의 행복들을 나는 마음껏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진심으로 나는 이 시절이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여유로워도 되나 싶을만큼 여유를 부릴 때도 있었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고 싶을 때 편하게 자고 나는 정말 행복했다. 감사합니다
'행운도 좋고 불운도 좋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히로나카 헤이스케 씨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창조는 송이버섯 같은 것이다' 송이버섯은 자신의 뿌리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루어내는데 환경이 좋을 때에는 뿌리가 한도 끝도 없이 자라기만 하다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만났을 때 비로소 자신의 DNA를 남기기 위해 자신을 위로 자라게 한다. 다시 말해서, 환경이 좋기만 하면 뿌리만 계속 자라나다가 결국엔 썩어서 죽고 오히려 환경이 어려울 때에야 비로소 창조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내 인생에 있어서도 진리였다.
모든 순간이 좋기만 하면 좋기는 했겠지만, 정말 '과연 그게 나 자신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었을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었다'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삶에는 역경과 고난이 제법 있는 편이었다. 역경과 고난은 내게 친구와도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시기를 통해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너무 좋은 시기에는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쉽지 않으니까 ㅎㅎ
마찬가지로 군대도 한창 일을 하고, 훈련을 하고, 청소를 하고, 근무를 서고, 운동을 할 때야 몰랐지만 전역을 한 지금에 와서는 나는 그 모든 과정에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가끔 보면 유명 연예인들 중에서 병역 기피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니면 재벌 2,3세라든지ㅎㅎㅎ - 유명 연예인, 재벌 모두가 그렇게 한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ㅎㅎ '가끔'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건강히 전역한 내 입장에서는 도대체 병역 기피를 왜 하는지 솔직히 전혀 이해가 안 된다 ㅎㅎ 다시 말하지만, 내 보직은 박격포였고 나는 군대에 있을 때에만 총 4개의 화기를 능숙하게 다루었다. 훈련은 하나도 뺴지 않고 모두 참여했고 체력도 특급이었다. (당연히, 입대할 때에는 체력이 특급이 전혀 아니었다.) 솔직히, 군대 진짜 별 거 아니다. 특히 요새는 군대도 정말 많이 좋아졌고 운동하기에도 좋고 책 읽기에도 좋고 공부하기에도 나름 괜찮다. 진짜 자신이 건강한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남성이라면 전혀 전혀 걱정할 게 없다. (물론, 군대에 가면 나름대로 이리저리 걱정이 생기긴 할 것이다. -그건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다 ㅎㅎ 아마 해탈한 부처가 영장이 나와서 군대에 갔다면, 자신의 무아 속에 아가 있음을 다시 역으로 깨달았을 것이다.) 내가 '걱정할 게 없다'고 말한 건 '할 수 있다'라는 말과 똑같이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자 이제 몇 가지 팁 아닌 팁만 나누고 이 자리를 뜨도록 하겠다.
내가 이등병 시절에 본부중대장이 있었는데 육사 출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처리도 빠르고 체력도 제법 좋은 편이었다. 그 사람이 체력단련 때마다 항상 하던 얘기가 있었는데 대략 이런 얘기였다, '군대에서 남는 건 어차피 체력밖에 없다' 완전히 동감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나는 분명히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군대에서 체력을 기르기 가장 좋은 게 맞고, 그렇게 기른 체력과 끈기는 분명히 인생을 살아가는 큰 바탕이 된다. 그러니 기왕 군대에 갔다면, 시간 남을 때 운동을 계속 해서 체력과 끈기를 탄탄히 길러나가길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나 역시 입대할 때에는 체력이 별로 좋지 않았다. (지구력 딱 하나 좋았다.) 매일 매일 계속 운동해서 키워나간 것이다.
그리고 기회는 꼭 다시 온다. 지금 나는 컴퓨터 전공으로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다. 전역하자마자 시험 다시 보고 면접 봐서 대학원에 합격했다. 만약 군대에 가기 전에 혹은 군대에 있는 동안에 기회를 발견했다면 본인이 쭉 밀고나가서 성과를 보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분명히 기회는 다시 오기 때문이다. 군대에 간다고 좋은 기회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인생이 끝나는 게 절대로 아니다. (미필 분들은 군대 갔다오면 인생 끝나거나 많이 바뀐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분명히 변하는 것들은 있지만, 내 생각엔 군대는 인생의 또다른 계기인 것 같다.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사회 나가서 할 거 없으면 차라리 말뚝을 박아라. 그러나, '사회 나가서 명확히 자신이 하고 싶은 비전이 있다면 자신이 내세우는 본질이 있다면, 주변의 모든 개소리를 무시하고 건강히 전역해라.' 2주 전쯤에 친구'였던' 놈을 만나서 술을 먹은 적이 있었다. 성인이 되기 전에야 같은 학교에 다녔으니까 친구였다고 해줬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도 룸살롱 가고 여친이랑 마음대로 놀고 (여친이 있는데 룸살롱이나 그런 데는 왜 가는거냐고 ㅡㅡ) 술 마시고 음주운전하고 등등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하아 이 새x 얼굴은 다시 안 봐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걔는 성인이 된 이후 막노동만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막노동해서 번 돈은 한 푼도 저축하지 않고 여친이나 창녀들한테 쓴 것이다. 본인을 냉정하게 보고, 만약 자신이 이런 사람이라면 진짜 진지하게 말뚝을 박는 것도 사회 전체를 위해서 좋을 수 있다.
그리고 첫 문장에 '사회 나가서 명확히 자신이 하고 싶은 비전이 있다면 주변의 모든 개소리를 무시하고 건강히 전역해라'고 적었는데 이 말은 100% 진심이다. 한 때 아빠랑 진짜 사이가 안 좋았던 적이 있는데, 내가 이등병 때 (이등병은 워낙 뭘 잘 모르니까) 아빠가 그 틈을 이용해서 나한테 군대에 말뚝 박으면 어떻겠냐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뭐라고 답했을까? 한 마디로 답했다. "응 졷 까" 그럴 때에는 아빠고 뭐고 없는 것이다. "졷 까!"라고 당당히 말해라 피할 게 뭐 있나. 위에서 나는 지금 컴퓨터 전공으로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아빠가 얼마나 멍청한 지 하나만 더 말해주겠다. 내가 전역하자마자, 아빠는 나한테 신학을 배우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정작 아빠는 무신론자에 가깝다. ?? 이건 뭐 거의 싸이코 아닌가? 그래서 나는 만 15살 이후로는 아빠의 말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게 정신 건강에도 이롭고 내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에도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우연히 읽은 당신한테도 꼭 말해주겠다. 부모는 당신을 낳았다. 그렇지만 솔직히 당신에 대해서 아는 건 거의 없다. 부모가 당신의 진로에 대해서 이리 저리 개소리를 읊어대면, 그냥 '졷 까'라고 당당히 말해라. 부모도 솔직히 모른다. 부모가 당신에 대해서 뭘 알겠는가? 당신이 3~5살 이후로는 부모랑 보내지 않은 시간이 부모랑 보낸 시간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친구들, 선생님, 관계자들, 외부자들, 같이 일하는 사람들 등등 이런 사람들하고 보낸 시간이 훨씬 더 많다. 부모도 당신 잘 모른다. 그러니까 "응 졷 까"라고 꼭 말해라. 실제로 나는 그 때 바로 아빠의 모든 연락을 끊고 차단했다. 충분히 그럴만하지 않은가? 아빠를 공격하지 않은 것 만으로도 나는 부처 이상의 자비를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전역하고 나서 전세계에서 (이 분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교수님 지도 하에 장학금 받으면서 연구하고 있다. 자신의 확신이 있다면 제발 자신의 길을 가라. 필요하다면, 아빠나 엄마의 말까지도 무시해라. 어차피 자기 인생에 책임 지는 사람은 본인이니까. 부모가 당신 남은 인생 대신 책임져주는 거 아니다.. 이거 꼭 명심해라
위에서 '졷 까'라고 말했는데, 살면서 꼭 필요한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졷 까'라고 편지 쌈박하게 읽어주는 유튜브 영상이 있는데 그거 꼭 보시길 추천드린다. 나도 이 마인드셋이 있었기 때문에 건강히 전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전에 내 글에서 하극상이라는 말도 안 되는 누명에 대해서 얘기한 적 있었다. 그 때 '졷 까'라는 마인드셋이 있었기 때문에 건강히 전역한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친구'였던' 애랑은 다르게 진심으로 내가 군대에 있는동안에도 계속해서 연락해주고 내 얘기를 다 받아준 고마운 친구가 있었다. 지금도 나는 이 친구에게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고 이 친구가 말해줬던 군대 팁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이 친구가 말해준 팁들하고 지금 내가 말하는 팁들은 물론 많이 다르다 ㅎㅎ) 이런 좋은 진짜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간단히 군대 내에서 독서랑 자기계발을 얘기하고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이전에도 얘기했지만, 군대 내에서는 독서하기 좋다. 군대 내에서 독서랑 자기계발을 꾸준히 잘 하고 싶다면, 1)자투리시간을 잘 활요하면 된다. 방해를 덜 받을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서 간단한 것을 하나씩 해나가면 좋다 ㅎㅎ 그리고 요새는 부대 내에도 북카페 혹은 도서관이 작지만 나름 잘 되어 있다. 개인정비시간에 가서 책을 읽어도 좋다.(당신이 나처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ㅎㅎ) 그리고 공부연등시간도 있으니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훨씬 더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군대에서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고 싶다면 2)일단 절대로 욕심을 많이 부리면 안 된다. 목표치를 낮춰라. 예를 들어서, 하루에 40분 운동하고 싶다면 20분 운동하겠다고 계획하라. 운동할 시간이 다가오면, 40분 운동은 보는 순간 부담을 주지만 20분 운동은 보자마자 '어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20분 운동하다보면 오히려 초과달성해서 40분 이상 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3)쉬는 시간을 꼭 가져라. 매일 일과, 훈련, 운동, 근무, 청소 등등을 하면서 계속 계속 공부하고 독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시간을 꼭 가져라. 4)방해에 너그러워져라. 군대에는 변수가 워낙 많다. 훈련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간부의 지시나 근무 등등은 내가 수정하고 싶은대로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방해에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병장 때에도 5대기를 찼었다 ㅋㅋㅋ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에도 5대기가 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그런 경우에 대해서도 '아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이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져야 꾸준히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약간 해탈의 경지라고도 할 수 있다.
5)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라. 군대에서 자기계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효과에 좋다. 운동을 주로 하고싶으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영어실력을 키우고 싶으면 영어를 계속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제일 best이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자신에게 적용해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의 개성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자 지문이 다른 것처럼 각기 다르다. 이 다른 모습을 이해하고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거에 맞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라' 그건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다.
군대에 가는 미필자분들 그리고 지금 군대에서 밤낮으로 우리나라를 지키는 모든 군인분들 화이팅입니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개성대로 건강히 전역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같이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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