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흔들어주지 않으면 정신이 움직이지 않는다” (몽테뉴)
지난 10년동안 명상을 해왔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명상을 배웠다. 군대에 있을 때에도 명상을 계속 했다. 그러다가 붓다도 걸으면서 명상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나 역시 생각이 많아질 때즘 걷기 명상을 했다. 자주 걸으면서 알게된 건 독보를 한다고 해서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되거나 놀라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방을 나섰으면서 막상 밤에 자연을 걷다보면 외로움에 파묻힐 때가 종종 있다. ‘걔한테 다시 연락해볼까? 그 사람한테 전화하면 지금 받을까?’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반복하면서 멍하니 밤길을 걸을 때가 있다. 외롭다는 생각을 하고싶지 않으면서도 외로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깊은 외로움을 느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밤에 숲을 걸어나선다. 그 걸음은 쓸데없는 걸음일지도 모른다. 생산성으로 빠르게 달리는 세상 속에서 정반대로 걷는 걸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산성이 없기에, 느리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나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닐까? 소크라테스니 칸트니 뭐니 많은 사상가들이 독보를 걸으면서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켰다는 것을 알고 있고 ‘모든 위대한 사상은 혼자 걷는 독보 속에서 탄생했다’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새 나는 그런 생각 따위는 멀리했다. 밤에 나와서 걸을 때, 위대한 사상에 대해서도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느낌에 깊게 파묻히기도 한다. 그러나 그 느린 걸음의 끝에 나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밤에 걸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익은 어떤 거대한 기대가 충족되었다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