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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굉장히 좋아하는 김진명 작가님 책 <카지노>에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참고로 필자는 김진명 작가님 팬이라 <고구려> 같은 경우 전 권을 15번 넘게 읽었다. <카지노> 역시 책이 너덜거릴 정도로 읽었다.)
김진명 작가, <카지노> P87
“학장님, 안녕하셨습니까?”
학장이라 불린 사내는 인사를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미소를 건넸다.
“자 그럼. 오늘 치른 게임 결과를 각자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태호부터 할까?”
학장의 지목에 태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다리가 가늘게 떨렸지만 거기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드머니 3000만 원으로 시작해서 5700만 원까지 올렸었는데 마지막에 3000이 내려갔습니다.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10분만 더 있었으면...”
(중략)
“다음은 혜기 차례구나.”
“저는 500만 원을 이겼어요”
“500이라? 왜 그렇게 적지?”
“시드머니 3000에 두 시간이라는 시간을 염두에 두고 오늘 목표를 500으로 잡았었습니다”
“그랬구나. 다음은 한혁이군.”
한혁이 일어나 별다른 표정 없이 말했다.
“저는 200을 잃었습니다.”
학장의 눈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잃었다고? 과정은?”
“별게 없습니다”
“가장 크게는 얼마를 쳤나?”
“40을 쳤습니다”
“적게는?”
“10을 쳤습니다”
“그림이 안 좋았다는 이야기군. 솔직히 말해보게.”
“네.”
이 장면은 학장이 혜기, 한혁, 태호, 정민 중 누구를 택할지 실전테스트를 해보고 그 결과를 듣는 장면이다. 이들은 도박사이고 이들이 돈을 땄다 잃었다 말하는 것은 바카라를 두고 하는 얘기이다. 바로 그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보자. 놀랍게도, 학장은 혜기와 한혁을 택하고 태호와 정민을 버린다. 이는 그저 학장이 두 사람을 편애하기 때문인 것일까? (살짝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 테스트에서 태호와 정민은 혜기와 한혁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수익을 거두었다. 심지어 한혁은 이 테스트에서 돈을 잃고 돌아왔다)
소설의 내용을 조금 더 참고해보자.
p128에 가면 태호와 정민의 이후이야기가 나온다. 둘 다 바카라로 순식간에 돈도 많이 벌고 호화로운 생활을 즐긴다. 역시 학장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너 얼마 땄어?”
“1억 2000. 너는?”
“너보다 1000 더 많아”
“가자, 이제. 세부에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자.”
“그래, 근데 세부 가는 비행기 일등석 있냐?”
“일등석은 없어. 비즈니스만 있지. 요금이래야 몇 십만 원도 안 돼.”
“자, 비행기 티켓 한 번 찍고 가자.”
태호는 200만 원을 뱅커에 툭 찍었다. 플레이어가 나왔다.
“요게 꼴심 쓰네.”
태호는 다시 400만 원을 뱅커에 들이댔다. 또 플레이어가 나왔다.
“어쭈!”
태호는 이번에는 800만 원을 뱅커에 툭 찍었다. 이번에도 플레이어였다.
“야, 1000씩 찍자.”
태호와 정민은 각각 1,000만 원씩 뱅커에 찍었다. 또다시 플레이어였다.
(중략)
두 사람은 급기야 몇 사람의 병장을 옆에 앉히고 5,000만 원씩 찍어댔다. 이제껏 늘 느낌대로만 뱃을 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계속 반대로만 찍어댔다.
“야, BMW 745 롱 바디 얼마에 잡아주냐?”
급기야 태호는 자동차를 잡혔다. 불과 며칠 전 딴 돈으로 샀던 자동차였다. 그러나 자동차를 잡히고 받은 돈 5,000만 원은 단 한 번 뱃으로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아으, xx! 돈 200만 원 먹으려다 15억이 날아갔네.”
차분하게 하리라던 다짐은 불과 5분도 안 돼 무너지고 두 사람은 마지막 뱃마저 실패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뭐랬어? 딴 방식 그대로 다 잃을 놈들이라 그랬잖아.”
카지노 부장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그들이 떠난 게임룸에 울려 퍼졌다.
투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투자를 하는 메커니즘이다. 다른 말로는 원칙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해석하기에 학장은 그들의 투자 메커니즘을 꿰뚫어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한 두판 정도의 작은 성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과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원칙(메커니즘) 자체가 사실 훨씬 더 중요하다. 태호와 정민의 이후이야기가 그것과 연결되는 얘기라고 할 수 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게임이 몇 가지가 있는데 투자와 도박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이다. 로또에 당첨되어서 불행한 사람들이 있다. 돈으로 행복의 기반을 갖출 수 있다면, 이는 매우 역설적인 이야기이다. 돈을 관리할만한 지혜도 없고 성실성도 없는 사람에게 많은 돈이 주어져도 그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경험적인 진실이다.)
물론, 이는 소설이다. 그리고 저런 식으로 무작정 운이 안 맞는 경우도 사실 드물다. 다만, 이 소설이 굉장히 잘 묘사한 건 바로 이성을 잃고 감정과 돈만 남았을 때 그 인간이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도박판 앞에서 이성을 잃은 인간 그 본연의 모습을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준다.
암호화폐 투자도 비슷하다. 암호화폐도 투자자 본인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인간에게 이로운 기술이 되기도 하고 그저 돈에 달아오른 욕심만 가득 찬 도박판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소설에 나온 것처럼 이성을 잃고서 오직 감정과 돈만 가지고 마치 도박판에 뛰어들 듯이 암호화폐를 투자하는 사람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암호화폐 투자 때문에 큰돈을 날리고 자신의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암호화폐가 문제였을까? 필자는 그렇게 진단하지 않는다. 암호화폐의 본질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은 기술일 뿐이다. 기술 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의지를 가지고 있는 건 언제나 사람이다.
바카라가 아무리 변해도 바카라는 여전히 바카라이다. 그저 홀짝 게임일 뿐이다. 암호화폐의 본질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단순한 도박과 암호화폐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바카라는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해주지 못하지만, 블록체인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그래프에 눈먼 특정 사람들이 원칙도 이성도 잃고 투자에 매달리다가 많은 돈을 날리고 있다.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원칙이고, 그들이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2장에서 직접 인터뷰했던 모든 분들과도 연관되어있는 핵심 주제이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었던 암호화폐로 돈을 번 모든 사람들이 강조하는 건 원칙이었다. 물론, 그 원칙이 모두 같은 내용은 아니었다. 저마다 어느 정도 다른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비슷한 맥락이 있었다.
그걸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기반이 있는 암호화폐를 사면 결국엔 성공하고 기반이 없는 암호화폐를 사면 결국엔 실패한다”
바로 이것이다.
그 분들은 모두 같은 얘기를 했다. 이러한 원칙을 분명히 설정하고 반드시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이다. 이것은 얼마를 투자하느냐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조차 부재한 사람에게 순간적으로 많은 돈이 주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그걸 축복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말했듯이, 우리는 복권에 당첨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어떻게 타락했는지 그 실례를 알고 있다. 돈을 투자할 땐, 좋은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좋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그게 투자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원칙이 없는 사람은 돈을 투자할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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