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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에 타고났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에서야 수학을 제대로 시작했고 그 때 수학에 맛들려서 수학을 사랑할만큼 수학에 심취했었다.(여기서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고등학교 때에는 문과였다가 재수 때 이과로 바꾼 케이스이다. 정말 특이한 케이스라는 걸 나도 알지만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수학을 좋아해서 이과를 정말 가고 싶어 했었다. 개인적인 사유때문에 고등학교 때에는 이과를 택하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는 나는 오히려 그게 더 잘 된 일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수학을 곧잘 했지만 내 친구 중에서 국어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걔랑 나랑 성적이 정말 앞치락뒷치락 했기 때문에, 우리는 약간 경쟁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다. 걔는 국어를 잘하고 내가 수학을 잘 했으니 서로 도와주면서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보내는데 그 애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모의고사에서 (한 과목 빼고) 전부 1등급을 맞아버리는 게 아닌가.. 그 애는 고 3 때 문과에서 이과로 바꿔서 대학입시를 치뤘고 나는 재수생 때 (이과로) 바꾸었으니 걔랑 나랑 정말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걔랑은 고3이 지나고 나서 한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내가 지금 나이가 되서야 연락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동안 '그 아이가 훨씬 진보했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아이가 고 2 모의고사 때 보여준 성장은 눈부셨기 때문이다.(그 성적이 눈부셨다기 보다는 그 아이의 성장이 정말 빨랐다) 그래서 (고3 이후로) 한 4년은 지났으니 그 아이가 지금은 더 뛰어나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게 진짜 충격이었는데 그 아이가 다시 문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 충격이었다. 고 3 때 이과로 간 그 아이는 수능을 패망하고 재수를 했다. 재수를 해서 건국대학교 융합학부에 붙었지만 스스로 패배라고 생각했던 그 아이는 삼반수를 해서 지금은 더 좋은 대학교에 경영학부로 다니고 있다. (그 아이의 학교를 말할 수 있지만 혹시 그 아이가 싫어할까봐 말하지 않겠다 개인정보이기도 하고) 뭐 입시결과는 입시결과니 그렇다고치고 이건 놀랍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놀랐던 건 그 아이가 삼반수를 '문과'로 치루었다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 아이는 '이과'로 변모한 나를 보고 오히려 놀라서 자빠졌다. 이과인데다가 나는 최근에 대학원에 합격했는데 그 아이는 내가 풀고 있던 아주 기초적인 교재를 보면서 와 공대 대학교에서는 이런 걸 푸냐고 오히려 나를 굉장히 치켜세워주었다. 나는 정말 얼떨떨했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최근에 자신이 수학에 담을 쌓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국어를 좋아했던 아이이긴 하지만 이과를 먼저 택했던 그 아이의 실력이 당연히 더 올랐겠거니 나는 지레짐작했는데 그 기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 현실을 보니... 정말 나는 얼떨떨했다. (이 말 밖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 나는 느꼈다 그 아이가 객관적인 면에서 나보다 수학을 잘했던 시기는 제법 길었다. 분명 고등학교때 그아이는 나보다 수학을 잘했다. 재수생 때도 나보다 더 잘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살 21살 22살 23살을 거치면서 나는 수학을 지속적으로 했고 그 아이는 조금씩 수학을 놔버렸다. 그리고 그 아이와 나의 수학실력차는 정말 건널 수 없는 강이 몇 개나 생겨버렸다. 수학이든 무엇이든 결국 다 마찬가지겠지만 기본은 “호기심”이다 수능이라는 하나의 시험으로 결정나는 것이나 증명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진정한 학문을 하는 힘은 호기심에서 나온다.
그 아이와 나의 단 하나의 차이는 호기심이었다 나는 수학을 수학으로써 사랑했으며 그 아이는 수학을 점수로써 사랑했다. 공부는 점수로써 증명되고 끝나는 연기이지만 학문, 연구는 호기심으로 시작되며 작품으로써 마무리된다 당신의 호기심이 당신의 진정한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서는 진정한 실력만이 쓸모가 있게 된다. `
이 글 자체는 나의 기록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순수하게 연구했던 나의 즐거운 기억들을 그저 마치 땅굴을 파는 암울한 기억으로 바꾸고 싶지 않다. 도서관에서 사실 이게 사용될지 좋을지 힘들지조차 전혀 모른 채 과거는 과거에 묻으려 노력하며 (심지어 지금도 !) 이과수학과 대학수학과 공학수학을 혼자 푸는 미친 사람을 상상해보시길 권해드린다.
한고쿠의 공교육이 무너진 상황에서 고등학교 때 무려 그런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문을 받고 주변 사람들에게 온갖 욕을 다 들어쳐먹으며 돌덩이를 맞아가고 왕따를 당하며, 밥도 당연히 혼자 먹고 부모는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며 가족도 하나 없고 친구나 생선(선생 새끼를 낮춰부르는 말)도 하나 없이 그런 모진 고문의 세월을 견딘 사람이
도서관에서 다시 이과수학 책을 꺼내 그걸 하나 하나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여 대학수학과 공학수학까지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씩 하나씩 독파하여
결국엔 영국에 대학원에까지 와서 그 수학 실력이 통할 정도로, 연구에 자유자재로 응용하고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커버린 그런 사람의 행보를 상상해보시길 권해드린다.
그리고 내게는 그것이 단순 상상이 아니었다. 내게는 그것이 하루 하루의 현실이었다.
이 내용과 경험 자체를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꼭 그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덤덤한 이 말투가 이런 경험을 드러내기에 가장 좋은 어투일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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