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강의실
빈 강의실에 그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학기 내내 채워진 수많은 소리들 : 학생들끼리 얘기하는 소리, 글씨 쓰는 소리, 창문 밖 너머의 공소리, 팔꿈치가 부딪치는 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시간마저 멈춘듯이 모든 것이 고요한 정적이었다. 그 정적 한 가운데 은퇴한 노교수는 아무 말 없이 텅 빈 강의실을 보았다 더 이상 집을 필요 없는 분필, 더 이상 사용할 필요 없는 칠판,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는 학생들 지나간 수없이 많은 기억과 추억이 그의 상념 너머로 강처럼 흘렀다 스승의 날에 찾아온 학생들과 함께 먹었던 기쁨 강의 때에 자신의 말에 경청하며 이해하던 또렷한 눈빛 자신에게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학생 밤이고 낮이고 끝없이 몰두하여 쓴 연구논문들 이제는 모두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