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t 43

술 한 잔 했어요 마시고 그대를 그리워했죠 ​ 계속해서 맴도는 당신 왜 내 곁에 오지 않나요? 끝없이 흘러가는 작은 호수 나의 바람이 잔잔한 물결에 밀려나네요 내 마음은 찢어질 거 같아요 ​ 영원히 못 보는 당신 왜 내 곁에 오지 않나요? 나는 당신을 만날 수 없는 건가요? ​ 이 슬픔의 눈물이 다시금 잔으로 모여 기쁨의 눈물이 될 수 있도록 저는 잔을 두 손으로 받아 입으로 삼켜요 ​ 사랑하는 당신을 볼 수 없기에 손에 담긴 이 작은 호수는 무엇보다 달아요 술이 씁쓸할 수 있도록 제 곁에 와주세요 ​ 수많은 호수에 띄워진 당신의 얼굴 수많은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는 당신은 따뜻한 밤하늘을 비추는 차가운 달빛 ​ 볼 수 없으니 그리운 마음 담아 술 한 잔으로 사르륵 사라지네요

시poet 2021.03.28

꽃 한 송이 다시 지네요

꽃 한 송이 다시 지네요 저도 이제 알아요 당신을 향한 저의 마음 진심이 아니란 걸 ​ 행복한 돌담에 기대 바람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저는 진심으로 감사의 미소를 지어요 ​ 커다란 큐브에 갇혀 영원의 시간으로도 풀 수 없는 걸 풀어야 하는 게 나무가 지는 시간이라해도 ​ 저는 기꺼이 태양을 바라보고 흘러나온 물을 마실게요. 행복하기를 바랄게요 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할테니

시poet 2021.03.23

색깔

#7ab3001 빨간색 #6b7c003 노란색 색깔에 숫자를 매기자 빨간 건 더욱 빨갛게 노란 건 더욱 노랗게 아이가 내게 묻는다 “색깔이 무한해?” 나는 대답한다 “숫자가 무한하니 색깔도 무한하겠지.” 무한한 총천연색의 향연 모든 무한한 것에 숫자를 매기자 하늘의 별도 빛나니 숫자를 매기고 흐르는 강에도 숫자를 매기고 유명한 작품에도 숫자를 매기자 아이는 다시 내게 묻는다. “그림에 숫자를 왜 매겨? 그림인데.” 나는 대답한다. “너는 바보니. 숫자를 매겨야 그 값어치를 알 수 있지.” 한참을 그렇게 매기고 있는데 아이는 내게 꽃을 들고와 말한다. “봐, 빨갛지?”

시poet 2020.12.13

문학의 힌트 (스토리텔링의 힌트)

1 나에게 있어 문학은 무엇인가? 나는 딱히 문학과 문학 텍스트들을 정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실제적으로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서 다가오는지를 묻는 것이다. 내게 문학은 나를 찾는 이야기이다. 문학은 다른 책들과 다르게 잘 끊어지지 않는다. 문학의 가장 적절한 모습은 이야기가 이야기대로 끊기지 않고 물 흘러가듯이 흘러가는 상태이다. 문학 작품을 그 이야기에 맞게, 흐름에 맞게 쭉 읽어가면서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는 매우 주관적인 얘기이다. 그래서 문학에는 정해진 답은 없다. 각자가 그 이야기를 읽고 각자 나름의 대답을 얘기하는 것이 문학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여러 감정을 느끼고 동정심과 슬픔, 기쁨 등을 느끼고 타인에게 혹은 타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시야와 마음도 배우게 된다...

시poet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