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의 힘
과거 나는 바둑으로 천하에 적수가 없었는데, 유일하게 동수를 이루는 사람이 원목중걸이었다
일찍이 그와 나는 아흔 아홉 번을 대국하기로 했는데, 그가 마흔 아홉 번을 이기고 내가 쉰 번을
이겨 승자가 되었지
원목중걸의 바둑은 그야말로 빈틈이 없다 아무리 함정을 파도 달려드는 법이 없으며, 눈 앞의
이득을 쳐다보지 않지 그는 열집을 싸우면 여섯 집만 갖고 네 집은 내어준다 열 집을 노리는 자와 여섯
집만 노리는 자가 싸우면 반드시 여섯 집을 노리는 자가 이긴다 그것이 그의 싸움법이지
마지막 대국에서 그의 바둑이 하도 압박이 심하여 내가 마음을 잃고 잘못 낸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실수를 묻지 않았어 그 한 수면 나의 진영이 모조리 흐트러지고 중앙을 뺏길
판국이었는데, 그는 그것이 나의 미끼라 생각하고 물지 않았다 그 덕에 나는 그 한 수를 크게 키워
종내는 대국을 이길 수 있었다
지금 고구려왕의 마음이 원목중걸과 같다
무계의 계
이 싸움만을 생각한다면 네 말이 맞다
하지만 이 싸움은 진을 새로이 일으키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다
또한 흉노와 선비가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적을 코 앞에 두고도 싸우지 않는다면 이들이 주군을 어떻게 보겠는가?
이 싸움은 당장은 고구려를 상대하지만 기실은 흉노와 선비 등의 침공을 막고
진을 새롭게 일으키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만큼 나는 이기고 싶었소 낙랑을 몰아내어 우리 고구려를 비로소 당당한 나라로,
황하 족의 위에 서는 강한 민족으로 만들어내고 싶었소
우리는 반드시 저 땅에서 싸워야만 하오
모든 변수를 빼고 오로지 장졸의 의지와 집념 만으로 겨루어야 하오
그간 누가 더 성성실히 준비해왔는가
그것이야말로 승패를 가르는 단 하나의 요소가 될 것이오
그리고 나는 자신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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